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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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29 조회수1,189 추천수1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You are the Christ, the Son of the living God."
(Mt.16.16)
 
 
제1독서 사도행전 12,1-11
제2독서 티모테오 2서 4,6-8.17-18
복음 마태오 16,13-19
 
 
몇 달 뒤에 저는 동창신부들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갈 것입니다. 원래는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다녀왔어야 하는데, 당시에 IMF로 인해서 도저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나중에 함께 갈 날이 있겠지 하면서 아쉽게 뒤로 미루었는데, 10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함께 성지순례를 갈 수 있게 되네요.

아무튼 동창신부들과 함께 할 이 성지순례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확인을 하던 중에 여권기간이 만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살다보니 여권기간이 만료된 것도 몰랐네요. 그래서 구비서류를 찾아보니, ‘사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도 최근에 찍은 사진이 필요하더군요.

여관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관에 갔습니다. 그런데 사진기사 형제님께서는 제가 입고 온 옷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진 좀 잘 나오게 하겠다고 밝은 옷을 입고 갔거든요. 그러나 여권사진에는 밝은 옷을 입고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제들의 예복인 끌러지 셔츠는 신분을 나타내기 때문에 역시 안 된다고 하네요.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말했지요. 그러자 사진기사 형제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세요.

“특별한 옷이 아니면, 그냥 사진 찍으시고 제가 옷을 입혀드릴께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알고 보니 사진을 우선 찍고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윗옷을 입혀준다는 것입니다. 결국 저의 여권사진에는 10년 넘게 착용하지 않았던 넥타이가 매어져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사진이 잘못 나왔다고 다시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수정 가능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때는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어쩌면 모두가 가능한 일은 아닐까요?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우리들은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모두 예수님의 으뜸 제자로써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최선을 다해 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부족함 투성이었지요. 베드로는 볼품없는 어부 출신으로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믿음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바오로는 좋은 신분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예수님을 오히려 박해하던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 없음을 또한 자신의 편협된 생각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신 예수님을 통해서 보다 더 넓은 사고를 가지고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하는 자신감을 통해서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파합니다.

이들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반성해 보았으면 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틀에 갇혀 있는 내 자신을 그리고 편협된 생각으로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 자신을 말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공통점은 게으름에 있다. 게으름은 인간을 패배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성공하려거든 먼저 게으름을 극복해야 한다.(A. 카뮈)




너희들 꾸짖어도 나를 탓하지 말라(독일 뤼벡교회의 아주 낡은 벽 돌판에 새겨져 있는 작자미상의 시(詩))
 
너희 날 주라 부르면서도 따르지 않고
너희 날 빛이라 부르면서도 우러르지 않고
너희 날 길이라 부르면서도 걷지 않고
너희 날 삶이라 부르면서도 의지하지 않고
너희 날 슬기라 부르면서도 배우지 않고
너희 날 깨끗하다 하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너희 날 부하다 부르면서도 구하지 않고
너희 날 영원이라 부르면서도 찾지 않고
너희 날 어질다 부르면서도 오지 않고
너희 날 존귀하다 하면서도 섬기지 않고
너희 날 강하다 하면서도 존경하지 않고
너희 날 의롭다 부르면서도 두려워 않느니

그런즉
너희들 꾸짖어도 나를 탓하지 말라.
 

 Andre Gagnon - Tru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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