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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 열쇠와 칼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27 조회수448 추천수7 반대(0) 신고

 

열쇠와 칼

   예로부터 열쇠와 칼은 각각 베드로와 바오로를 상징하였다. 베드로의 열쇠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는 장면(마태 16,18-19)에서 비롯되었다. 바오로가 들고 있는 양쪽으로 날이 있는 칼은 ‘하느님 말씀’을 상징한다(히브 4,12; 에페 6,17). 이는 바오로가 그리스도를 선포할 때마다 성경말씀도 인용하였지만, 그의 편지 또한 신약성경 안에 많이 들어와 있음을 염두에 둔 상징이라 하겠다. 그래서 바오로가 칼 대신 성경을 들고있는 그림이나, 칼과 성경을 동시에 들고있는 작품도 많다.

    묘하게도 열쇠와 칼이 지닌 일반적인 이미지는 두 사도의 성품과 곧잘 어울린다. 열쇠의 용도는 ‘닫고 잠글’ 때도 있지만 본질적으론 ‘열고 푸는’ 것으로써, 성급해서 일도 잘 그르치지만 곧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는 베드로에게 잘 맞는다. 즉 베드로의 회개는 닫힌 것을 풀고, 잠긴 것을 푸는 열쇠가 된다. 반면에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지만, 신앙본질을 훼손하려는 시도와 영적투쟁에 있어서 누구보다 냉철하고 단호했던 바오로에게는 ‘자르고 끊는’ 칼의 이미지가 더욱 잘 맞는다.

    아무튼 그리스도가 중심에 있고 두 사도가 양옆에 있는 그림이 아니더라도, 두 사도가 교회를 받치고 있는 중심축이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루카 복음사가도 교회의 기둥인 두 사도에 걸맞는 예우를 자신의 두 번째 책인 사도행전 안에 할애한다. 즉 사도행전의 전반부는(1-12장) 베드로가 주축이 되어 펼치는 교회의 활동을, 후반부는(13-28장) 바오로가 주축이 되어 펼치는 교회의 활동을 그렸다. 물론 사도행전은 성령의 활동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에, 두 사도들의 영웅적인 순교의 모습은 나오지 않고 당시 ‘땅끝’인 로마까지 복음이 전파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전승에 의하면 베드로는 후에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파하다가, 네로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시기에 잡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처형되었다. 바오로 역시 같은 시기에 참수형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우직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인 베드로에게서 ‘감성적(感性的)’인 면을 느낀다면, 지적이고 냉철한 판단의 소유자인 바오로에게서는 ‘이성적(理性的)’인 면을 느낀다. 사탄이라는 꾸중을 듣고도 묵묵히 예수님을 따르는 베드로에게서 ‘신앙’이 무엇인지를  배운다면, 논리적인 설교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바오로에게서는 ‘신학’의 중요성을 배운다. 베드로가 쥔 열쇠에서 교회의 곳간에 저장된 무한한 보물인 ‘성전’이 연상된다면, 바오로가 쥔 쌍날 칼에서 거룩한 말씀인 ‘성경’이 연상된다.

    그렇다. 이제는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고 좌우에 두 사도가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 것 같다.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조화로운 사람이 되듯이, 우리의 신앙도 신학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 나가야 하고, 교회는 성경과 성전에서 끊임없이 생명을 공급받아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사실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들은 자신과 이웃의 복음화를 위해 두 사도가 상징하고 있는 교회의 풍성한 곳간 안에서, 옛것(문자화된 성경과 성전)과 새것(성경과 성전, 성사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을 조화롭게 꺼내 쓰는 현명한 교회의 주인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마태 13,52)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망포동성당

 

 

 -3월부터 6월까지 수원교구 주보 3면의 기획연재글, '바오로 사도에게서 배운다'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병환중이셨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사를 하는 등 여러가지 일로 혼란한 와중에서도, 

 무사히 소임을 마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시고 이끌어주신 주님께 찬미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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