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좁은 문" - 6.2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23 조회수570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6.23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창세13,2.5-18 마태7,6.12-14

       
                                                     
 
 
"좁은 문"
 


하느님을 찾아 성실히 사는 자에겐
언제 어디나 생명에 이르는 좁은 문이지만,
하느님을 찾지 않고 제 멋대로 사는 이에겐
언제 어디나 멸망에 이르는 넓은 문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가 바로 생명에 이르는 좁은 문입니다.
어디 다른 곳에서 좁은 문을 찾지 마십시오.
 
밖에서 볼 때는 넓고 편안한 넓은 문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겹고 어려운 좁은 문, 좁은 길을 살아갑니다.
 
또 흥미로운 것이 밖에서 볼 때는 좁은 문, 좁은 길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하느님 향해 활짝 열린 감미로운 생명의 문도 있습니다.
 
바로 수도자의 문이 그러합니다.
 
베네딕도 규칙 머리 말 후반부 말씀이 생각납니다.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마라.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甘味)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RB 머리48-49).

하느님을 찾을 때 좁은 문도 내적으로 넓은 문이 되지만,
하느님을 찾지 않을 때 넓은 문도 내적으로 좁은 문이 되어버립니다.
 
바로 이게 영적 현실의 진리입니다.
 
수도승을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라 합니다.
 
비단 수도승뿐 아니라 하느님이 그의 비전(vision)인 자,
기쁘게 자발적으로 생명에 이르는 좁은 문을 통과하여 좁은 길을 갑니다.
 
밖에서 볼 때는 힘들고 어려운 좁은 문 같지만
안에서 보면 하느님 향해 활짝 열린 생명의 문이요 감미의 길입니다.
그러나 좁은 문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공동생활 자체가 구원에 이르는 좁은 문입니다.
 
주님 주시는 분별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좁은 문의 공동생활입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에게 던지지 마라.”

개들이 누구며, 돼지들이 누구인가 묻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분별의 지혜를 힘껏 발휘하며
함께 살라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이래야 좁은 문의 공동생활에 서로 간의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어 서로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주님이십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이 황금률대로 서로 배려하며 살아갈 때
좁은 문, 좁은 길의 공동생활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생명의 문, 생명의 길이 될 것입니다.
 
반면 하느님 중심, 이웃 중심이 아닌 자기중심의 삶일 때
말 그대로 공동생활은 안팎으로 좁은 문, 좁은 길이 될 것입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의 좁은 문, 좁은 길의 순례 여정이 많은 깨우침을 줍니다.
 
‘아브람은 가축과 은과 금이 많은, 큰 부자였다.’ 묘사에서 보다시피
하느님의 축복으로 거부가 된 아브람이었지만
참으로 물욕이 없는, 또 분별의 지혜를 지닌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롯과의 공동생활이 재물로 인해 파국을 맞게 될 것이 예견되자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는 무욕의 현자 아브람입니다.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

온전히 하느님께 믿음을 둔 무욕의 현자 아브람이었기에
이런 지혜로운 결단이 가능했습니다.
 
참으로 물욕으로부터 초연한 자유인 아브람은,
좁은 문, 좁은 길을 하느님의 인도 따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간 순례자 아브람은
삶의 전환기 때마다 주님을 위해 꼭 제단을 쌓았습니다.

‘아브람은 천막을 거두어,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으로 가서 자리 잡고 살았다.
  그는 거기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았다.’

바로 이게 아브람의 좁은 문, 좁은 길의 순례 여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비결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도 이 은혜로운 미사를 통해 오시는 주님은
친히 우리의  좁은 문, 좁은 길의 하루 순례여정을 인도해 주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