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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4. 대충?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14 조회수442 추천수6 반대(0) 신고
 

 

대충?

   바오로 사도는 선교에 필요한 핵심 분야에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가였다. 사도는 우선 성경에 능통한 분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먼저 회당을 찾아가서 예수님이야말로 유다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메시아라는 것을 증언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인용했다. 이는 사도가 성경을 항상 읽고 묵상했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성경을 현실상황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미드라쉬)을 사용했는데, 이는 사도가 단지 이론이 아니라 그동안의 체험을 통해 성경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로 사도는 율법에도 정통한 분이었다. 율법학자 가말리엘 문하에서 수학했다는 루카의 증언(사도 22,3)이 아니라도, 사도는 자신이 흠잡을 데 없는 바리사이였고(필리 3,5) 조상들의 전통을 열심히 지켰다고 말한다(갈라 1,14). 말하자면 율법 뿐 아니라 조상들의 전통에 대해서도 이론으로나 실천으로나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율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다계 그리스도교 신자들에 맞서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율법의 무능함을 역설하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셋째로 사도는 그리스도교 전승에 충실한 분이었다. 사도는 직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사도직분을 받았지만, 독창적인 계시를 따로 받은 것은 아니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1코린 15,3-4). 즉 사도 자신도 교회 전승의 계승자라는 것과 자신이 선포하는 것이 성경에 나오는 예언과 부합된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전해받은 전승을 후대 사람들이 그대로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 “나는 여러분을 칭찬합니다. 여러분이 모든 일에서 나를 기억하고 또 내가 전한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1코린 11, 2).

  회심 전에는 성경과 율법 및 조상들의 전통에 충실했고, 회심 후에는 성경과 그리스도교 전승에 충실했던 사도. 이 모두는 바오로 사도가 신앙의 기본에 충실한 분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사도는 선교에 있어서도 ‘기초를 놓는’ 전문가였다. “바오로는 심는 사람, 아폴로는 물주는 사람이다”(1코린 3,6). “나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지혜로운 건축가로서 기초를 놓았고, 다른 사람은 집을 짓고 있습니다.”(13,10)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도는 교회설립에 있어서도 기초에 충실한 분이었다.

   우리도 기본에 충실하자. 성경 말씀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묵상하자. 교리의 깊은 의미는 무엇인지,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은 어떤지 항상 자료를 찾아보자. 아름다운 가톨릭 전통은 더 잘 계승하고 발전시키자. 잘 알아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올바로 설 수 있고, 남에게 선교할 마음도 생긴다. 대충 알아서는 확신도 없고 힘도 없다. 선교는커녕 자기 신앙도 시들해지기 십상이다.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수원 교구 주보 3면에 기획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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