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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3. 그래도 말해야 한다면?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07 조회수567 추천수8 반대(0) 신고

 

그래도 말해야 한다면?

   선교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말을 꼭 해야 할 경우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모범답안을 사도행전 안에서 찾아본다.  


   사도행전에는 ‘말주변이 없다.’는 바오로 사도가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명연설들이 나오는데, 그들 중 유다인들을 대상으로 한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 설교’(13,16-41)와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한 ‘아레오파고스 연설’(17,22-31), 마지막으로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한 ‘밀레토스 설교(20,17-35)’가 손꼽힌다. 이 설교들은 대상에 따라 복음을 전파하는 방법이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첫 번째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 회당에서 한 설교는, 구약의 역사를 바탕으로 예수님께서 성경에 예언된 메시아이심을 알리는데 주력한다. 여기서는 동족끼리의 공통분모인 ‘역사와 성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도 북한 선교, 새터민 선교에서 한 민족이라는 공통분모를 잘 활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즉 민족의 정서와 잘 조화된 토착화된 신앙으로 이끌면서, 한편 북쪽의 초기교회사 발굴에도 힘을 쏟으며 경제적 지원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두 번째, 아테네 설교에서는 이방인들이 대상이기에 사도는 그들이 좋아하는 철학적 소재, 즉 세상 창조와 인생에 대하여 말문을 연다. 사실 처음에 바오로 사도는 그 도시가 온통 우상으로 가득 차 있다고 격분하였지만, 나중에는 ‘알지 못하는 신’까지 섬기려는 그들의 종교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바로 그 종교심을 활용하여 알지 못했던 하느님을 알려주겠노라고 접근하는 것이다. 구약성경을 모르는 이방인들이기에 자연의 증거를 가지고 하느님을 알리며 그들의 위대한 시인들의 말을 인용한다. 이는 우리가 이질적 문화와 타종교에 속한 사람들을 만날 때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지를 안내해 준다. 즉 다른 문화의 이해는 물론 그 장점을 발견하여 우리 것과 접합점을 찾아내도록 힘써야 함을 가르친다. 초기 우리 신앙 선조들이 유교와의 유사점을 찾아내어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받아들였던 것과 맥이 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멋진 설교는 별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를 통해, 철학적이거나 학문적으로 접근해오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모범답안과 같은 설득을 한다해도 신앙이 잉태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어렵게 선교했는데 실패를 했다고 그만 포기하고 주저앉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페소 원로들에게 한 설교에서, 사도는 자신의 개인적 체험들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지도하는 구체적 방법들을 자상하게 제시한다. 말하자면 이미 신앙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다른 사람의 신앙체험을 통해 더 깊은 신앙에 다다를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서로에게 본을 보여주며 권면하고 용기를 주는 일, 그래서 우리는 소공동체 모임에서 바로 그 신앙체험을 자주 나눌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교에서는 선교대상자를 잘 파악해야 하며, 선교방법 역시 그 대상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참으로 누구인지를 알고자 하는  ‘관심’이 우선이고, 사실 ‘설교’나 ‘연설’보다는 눈높이를 같이하는 ‘대화’ 가 더 중요하다.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 수원교구 제3면에 기획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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