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운전과 문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05 조회수529 추천수7 반대(0) 신고
작은 아이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있는 토요일 오후다. 봄학기가 끝나가니 근처 대학교의 음대에서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교습도 지난 주가 마지막이었고 늘 그랬듯 학기가 끝나면 많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음악회를 한다. 그동안 배우고 연습해 온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해보는 아이들의 작은 음악회다.
 
씩씩하게 무대에 올라가 떨림없이 외운 곡을 끝까지 연주하고 내려오는 모습이 대견하다. 터키 행진곡과 공룡에 관한 곡이었는데 둘 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경쾌하고 박진감이 넘진다. 박진감이 넘치다 못해 숨을 고르고 가볍고 부드럽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앞에서 한껏 물이 오른 신나는 에너지가  지속되어 버린다. 기쁨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또 멈추어야할  순간에는 절제해야함을 작은 아이도 서서히 배워나갈 것이다.
 
음악회에서 조그만 아이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나는 또 천상의 행복을 맛본다. 음악 하나로도 하늘에 있는 듯이 느끼는 나는 아무래도 나의 작은 아이보다도 기쁘고 좋은 이 느낌을 절제할 줄 모르는 다 큰 어른일 뿐이란 생각도 드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 여섯살 되어 보이는 꼬맹이가 연주하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리듬의 곡에서도 평화를 느끼고 기교를 부리는 큰 아이들의 복잡한 연주에도 덩달아 신이 나서 음악을 듣는다. 피아노 연주회를 마치고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초콜렛칩 쿠키의 달콤한 맛에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단맛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듯하다.
 
작은 아이와 나, 이렇게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와이퍼의 성능을 무색케하는 폭우다. 작은 우박 덩어리까지 차를 두드린다. 금새 쏟아진 비가 고여서 웅덩이가 되어버린 곳을 지날때마다 차보다 더 높이 솟아오르는 물줄기에 마냥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는 엄마의 근심어린 느림보 거북이 운전이 신경쓰일 틈이 없다. 작은 아이는 아마 우리 엄마는 집까지 안전하게 자신을 데려다 줄 것임을 의심없이 믿고 있는 게 틀림없다.
 
우리의 엄마, 성모님도 나를 하느님께로 데려다 주실 것임을 나도 작은 아이처럼 믿고 있는가?
 
나처럼 폭우속의 운전이 두렵지도 않을 어머니시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머니 당신의 안전한 운전속에 온전히 나를 편히 맡기고 있는가? 가끔은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차를 몰아 보기도 한다. 험난한 길을 만나고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길을 가며 위험천만인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결국엔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와 당신이 이끄시는 안전한 길, 하느님 아버지께로 가는 길에 당신은 신뢰의 운전수가 되어 있고 나는 작은 아이가 되어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 계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이상은 토요일 글을 쓰다 마무리를 못하고 놓아둔 글이었어요. 아침엔 늘 뒷마당에 앉아 성서 말씀을 읽고 저만의 묵상을 해봅니다.  자연과 호흡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고 토요일엔 폭우가 쏟아지더니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각종 새들이 젖은 마당으로 날아듭니다. 딱따구리, 카디날, 로빈, 모킹버드, 또 다른 이름 모르는 작은새와 저희집에 상주하는 다람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만 보면 저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립니다.   하늘 하느님을 향해 날아오르고픈 제마음을 고스란히 저 새가 가지고 날아갑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인 문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해 봅니다. 생명과 평화로 들어가는 문이 바로 주님의 문인데 저는 그동안 다른 문들만 찾아 해매고 있었나 봅니다.
 
다른 문들은 아무리 열어보아도 제게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간 듯하여도 아직도 밖에서 서성입니다. 또 저의 앞에는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기다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도 또 기다리는 것은 문밖에 없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저를 기다리는 문은 제가 손을 뻗쳐서 문고리를 잡고 살짝 잡아당기는 간단한 노력만 하여도 문은 저절로 환하게 열립니다. 그리고 푸른 풀밭이 있고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있어 저를 정성들여 먹여 주고 길러 주시며 편히 쉴 수 있게 합니다.
 
아버지 당신의 문을 알아보는 지혜를 주시고 당신의 문을 두려움없이 잡아 당길 수 있는 용기도 주시옵소서.
 
어제는 모가 나고 속좁은 저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흐려져 괴로운 날이었어요. 하지만 착한 목자 당신께서 또 저를 하얀 양으로,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시어 당신의 문으로 들어 오시라 저를 부르십니다.
 
모두 주님의 양이 되어 착한 목자가 이끄시는 대로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기를 소망하며 글을 맺습니다. 새로운 날도 희망차게 시작하시며 이미 주님 주신 새날을 시작하신 분들도 당신의 희망이 이어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용기를 내게 해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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