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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 말로만?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03 조회수566 추천수5 반대(0) 신고


 

말로만?

   바오로 사도는 말이 아니라 삶의 모범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였다. 사실 사도는 말재주가 뛰어난 분은 아니었다. ‘나의 말과 복음선포는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1코린 2,4)라고 한 사도의 말도 있지만, “그의 편지는 무게가 있고 힘차지만, 직접 대하면 몸이 약하고 말도 보잘 것 없다.”(2코린 10,10)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도행전에서도 달변가는 ‘아폴로’였다고(사도 18,24) 말한다. 


   사도가 말에 어눌했다는 것은 바로, 선교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포한 복음대로 사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또 보잘 것 없는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복음을 선포했다는 것이 더욱 귀감이 된다. 그렇다면 사도는 어떻게 몸으로 복음을 선포했을까?

 

   사도는 자신보다 선교하려는 대상의 유익을 먼저 찾았다(1코린 10,33). 선교하려는 사람을 목적 달성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사랑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여러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하여 우리 자신까지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그토록 우리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1테살 2,8-9). 말하자면 그는 사람을 진정한 사랑으로 만나면서 복음을 선포했던 것이다. 

 

   이것은 사도가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복음을 선포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자기 신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기에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도 요구하지 않고, 직접 노동을 하며 선교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였다(1테살 2,9). 이는 다른 사도들보다 자신의 노고가 월등함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난했던 초기 교회의 교우들에게 가능한 한 경제적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이처럼 말이 아니라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도 기꺼이 복음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선교는 신앙하는 분에 대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선교 대상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사랑하며 그들과 얼마나 동화될 수 있는가에 선교의 성패는 좌우된다.

 

   가끔 복잡한 거리에서 굉음에 가까운 밴드소리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며 율동하는 사람들을 본다. 띠를 두르고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예수 믿고 구원을 얻으세요.’ 하고 외치는 그들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 받을수록 박해에 직면한 선교사인양 목청을 드높인다. 


   선교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강요(?)받아 신앙을 선택한 사람보다는, 선교자의 삶을 보고 감화되어 신앙을 찾는 사람들이 더 충실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의 선교는 노래와 율동이나 이벤트와 말이 아니라, 사도처럼 삶의 모범으로 선교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돌보는’ ‘섬기는’ 방식으로 차별화하면 어떨까?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 수원교구 주보 3면에 '바오로 해' 를 맞아 기획 연재 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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