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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7일 야곱의 우물- 요한 21,1-14 묵상/ 고기나 잡고 있는 가짜 어부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7 조회수569 추천수4 반대(0) 신고
고기나 잡고 있는 가짜 어부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다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는데, 이렇게 드러내셨다.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그리고 그분의 다른 두 제자가 함께 있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들은 뭍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요한 21,1­-14)
 
 
 
 
◆밤 동안 제자들의 모든 인간적 수고와 능력이 다했을 때, 예수님이 아침빛처럼 홀연히 나타나 호숫가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사도들이 복음 선포라는 본연의 사명을 뒤로하고 ‘고기나 잡고’ 있는 차선의 삶 가운데서 아무 결실 없이 수고만 하다가 지쳐 있을 때, 그분은 말없이 나타나 그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아무 쓸모가 없듯이 정체성을 잃고 사는 삶 속에서 어떤 맛과 향이 날 수 있으랴?
 
필리핀에서 현지 양성자들과 지낼 때의 일이다. 모든 것을 외부 원조에만 의지하던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 생활비를 충당하기 힘들어 여러 방법을 찾던 중, 한 예비 수녀님이 심각하게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데 모든 것을 중단하고 나가서 돈이라도 벌어 와야 되지 않느냐고. 나는 어려움에 함께하려는 마음은 기특하지만 그런 방법은 아니다 싶어서 말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분의 일을 하겠다는 우리가 그 일을 접고 단지 생계나 돈을 위해서 밖으로 나간다면 그 순간 우리 집은 진짜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을 돌보고 그분의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이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나의 확신처럼 급식소는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고 집에서는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든 아이들에게 일용할 양식과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잠시 정체성을 잃고 옆길로 새어 힘들게 걷고 있을 때, 예수님은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고 다시 본연의 삶으로, 정체성의 회복으로 기꺼이 이끌어 주신다. 주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우리의 참된 삶과 알찬 결실이 있음을 다시 확고히 해두면서, 천상잔치의 예표인 주님 손수 마련하신 아침 식사에 우리를 초대하고 부활하신 당신을 거듭 확인시켜 주신다.
양옥자 수녀(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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