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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가족 다른 종교, 다른 신앙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10 조회수502 추천수1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세상 속 신앙 읽기
송용민 지음

4. 세상 속 사람들
한 가족 다른 종교, 다른 신앙

21세기는 다양한 신념과 서로 다른 가치관이 한 사회 집단에 공존하는 다원주의 시대라고 한다. 과거 동일한 가치체계와 사 회적 위계질서로 획일화된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사라지고, 사 회와 가족 구성원 각자의 고유한 선택과 가치관이 상호 인정되 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무조건', '절대적', '전통 적' 관습보다는 '상황과 맥락', '개성과 창의성', '대화와 상호 인정'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시대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큰 갈등은 대부분 이러한 시대의 표징을 읽지 못하고 우위다툼 을 위한 경쟁과 독단에 머물면서, 서로 대화하고 함께 사는 능 력의 결핍에서 나온다. 다원주의는 종교적 신념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는 종교 선택의 폭이 넓어 가족 구성원이 자기 신념에 따라 종교를 선택하는 것이 과거보다는 훨씬 자유롭게 되었다. 개인주의 영향 때문인지 부부가 다른 종교를 갖거나 자녀들이 부모와는 다른 신앙을 선택하고, 결혼 후 시부모와 종교가 달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속 사정 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일미사와 봉사활동을 하면 서도 집에 있는 남편에게 마음이 쓰이는 외짝교우의 어려움이 많다. 불교 신자인 시부모를 따라 사찰에 가면 부처님 앞에 절 을 해야 하는지, 기일에 천도재를 지내도 되는지 며느리의 심 정은 혼란스럽다. 행여 무당에게 점을 치고 받아온 시부모의 부적을 집안에 둬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가톨릭 신자들도 있을 수 있다.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내 가정의 성화 와 복음화가 먼저라는 교회 가르침도 실천하지 못해 자괴감을 느끼는 신자들도 있다. 주일의 의무를 지키려면 시부모의 눈치 가 보이고, 행여 개신교 신앙을 가진 배우자나 자녀, 시부모를 만나면 가톨릭 신자로서 성호를 긋는 일도 어색하고, 심지어 가톨릭에 대한 비판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한 가족 안에 서로 다른 종교와 신앙은 과연 평화 롭게 공존할 수 없을까? 솔직히 종교적 신념은 사람이 살고 죽 는 문제와 관련된 절대적 신념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적 신념과 상충될 때 적지 않은 갈등을 일으킨다. 이 갈등이 가정 안에서 발생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서로 다른 신앙 때문 에 가정 안에서 불화와 다툼이 일어난다면 이거야말로 평화와 기쁨을 추구하는 종교 이념과 정반대 현상이다. 그렇다면 가톨릭 신자는 가족 중에 다른 종교를 각진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 다른 종교적 신념에도 하느님의 손 길과 그분께서 마련해 주신 옳고 성스러운 진리의 요소들이 있 음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당신의 흔적을 남겨 놓으셨고, 성령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흔적을 다른 종교들 안 에서 발견하는 지혜를 갖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자인 시부모와 사찰에 가면 공손하게 부처님 앞에 서 인사를 드리고, 이웃 종교를 탐방하게 될 경우 그곳의 법도 에 따라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다. 만일 누군가가 성당에 와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될 경우를 상상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부처님께 절을 할 수도 있다. 하 지만 그것은 인생의 신비를 찾고 구도의 삶을 보여준 인류의 스승인 부처에 대한 공경의 표현이어야지, 자신의 종교적 신 념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여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신 앙에 대한 지성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가 자신의 신 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피하는 것이 옳다. 외짝교우라면 신앙의 의무를 가정 성화에서 찾는 지혜가 필 요하다. 종교젹 신념 때문에 부부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 은 신앙인으로서 배우자를 감동시키는 작은 말과 행동 하나의 변화로 극복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오랜 인내 속에 굳 건히 지켜낸 신앙은 가정에서 작은 순교 행위가 되고, 훗날 배 우자를 변화시키는 선교의 중요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시부 모가 열심한 불자라면 사찰에서의 기본 법도를 배우고, 불교 적 신념과 가톨릭 신앙이 어떻게 다른지 공부해 보는 것도 좋 겠다. 성숙한 신앙은 다른 종교적 신념을 통해 변질되거나 혼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를 더 깊게 체험하 고 확장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톨릭 교리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다른 종교에 심취하거나 수양법을 따르는 것은 자칫 가톨릭적 신념을 약화시키고 신앙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잇기 때 문에 성직자의 적절한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종교적 배타성과 독선은 이제 우리 시대의 언어가 아니다. 가정에서 겪는 종교적 갈등은 단순히 교리 지식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충실히 살아갈 줄 모르는 부족함에서 오 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신앙에 대한 확신이 깊을수록 더 겸손 하게 삶으로 신앙을 증거하고, 미처 깨닫지 못한 성령의 손길 을 다른 종교인들의 삶과 신앙 안에서 인식할 수도 있다. 한 가 족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은 하느님의 특별한 소명에 초대된 이들일 것이다. 그 가정은 다름을 아름답게 사랑하는 능력을 배우는 신앙의 훈련장인 셈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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