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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7 조회수1,138 추천수16 반대(0) 신고

 

4월 1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 요한 21,1-14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주님을 위해서라면>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있다 보면 때로 아주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주면 좋겠는데, 다들 한 번씩 물어봅니다.


   “많이 잡으셨어요?” “뭐 좀 잡히나요?”


   어떤 분은 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듭니다. 잡은 고기를 가둬놓은 망까지 들어 쳐다봅니다.


   큰 놈으로 몇 마리 건진 날은 어깨가 으쓱하지만, 피라미 새끼 한 마리 못 건진 날은 창피하기도 하고 그러는 사람들보면 은근히 화까지 납니다. 불난데 부채질 하는 것 같아서.


   오늘 제자들 심정도 그랬겠지요.


   밤새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아봤지만, 망둥어 새끼 한 마리 못 잡았습니다. 다들 침울한 표정으로 낚시를 걷으며 뭍으로 돌아오는 제자들을 향해 저 멀리서 누군가 손나팔을 모아 외칩니다.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제자들 심기는 더 불편해졌겠지요.


   “젠장, 불난데 부채질이야 뭐야! 저 사람 왜 새벽부터 나타나서 남의 속을 긁는 거야, 도대체 저 양반 뭐 하는 사람이지?”


   한 술 더 떠서 외칩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점점 제자들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와중에도 그 ‘불편함의 원천’인 분이 예수님임을 알아차린 제자가 있습니다.


   바로 요한입니다. 감수성이 풍부하던 제자, 여성적이던 제자, 예수님의 사랑을 늘 독차지하고 싶었던 제자, 요한이 예수님임을 가장 먼저 알아차립니다.


   요한은 즉시 수제자 베드로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주님이십니다.”


   요한의 외침에 베드로는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발현인데, 이번에는 점수를 확 좀 따야지. 다른 사람에 앞서 빨리 가서 그분을 뵈어야지, 하며 서둘렀습니다. 사실 그 동안 베드로는 수제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보니 한심했습니다. 밤새 그물을 치느라 행색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눈은 쾡 했습니다. 얼굴은 푸석푸석했습니다. 옷도 반바지에 런닝셔츠 바람입니다. 다급한 마음에 겉옷을 둘러 입었습니다. 그리고는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단 한 시라도 빨리 가서 그분을 뵙고 싶은 마음에, 아무 생각도 없이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베드로의 열정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저돌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100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헤엄쳐갔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열렬한 마음, 그분을 향한 단순한 자세, 주님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적극성, 그것이 베드로 사도의 장점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496번 /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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