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의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마태 12,38-40 참조)’ 요즈음도 신앙 안에서 기적을 찾는 이들이 있다. 기적이 ‘하느님 사랑’을 드러낸다는 이들일 게다.

기적은 본질적으로 신앙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려고 행하시는 자기 과시나 보증 수표가 아니다. 오히려 자녀 된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고 겸손한 마음으로 청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응답하시는 것이리라. 또한 이것은 회개 등을 통한 우리가 미리 잘 준비되어 있을 때 가능할 것일 게다. 그래서 기적은 ‘우리와 하느님 사이의 내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표징일 수도.

예수님께서는 회개도 없이 표징만을 요구하는 이들께 그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라나. 사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가장 큰 기적은 바로 당신과의 관계 안에서 온전한 신뢰와 사랑으로 우리 자신을 그분께 맡기는 것이고, 이웃을 위해 우리 자신을 내어 놓는 사랑일 게다.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에는 별 관심이 없이,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이나 욕망에만 집착하여 충족시키려만 한다. 그들은 기적을 보고도 예수님의 능력을 믿지 않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이 표징을 요구하는 것은 믿기 위해서가 아닌 그들만의 아집이다.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은 하느님께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당신의 일을 계속하시면서 당신을 계시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렇게 아주 특별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느님을 만나려고 하였다.

믿음은 무엇으로도 강요되지 않는다. 표징도, 기적도, 말씀도 믿지 않으려는 이들께는 어떠한 믿음도 소용이 없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표징을 보여 주셨다면 과연 그들이 정말로 믿었을까? 그렇지 않을게다. 믿음은 결단이다. 결단을 내린 뒤에도 우리는 결단이 눈에 보이는 명백한 증거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안다. 흔들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해 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기심과 욕심을 비우고 그 자리에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채우는 것이리라. 신앙은 내가 바라는 것을 하느님께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기에, ‘그럼에도’ 기꺼이 따르는 것이 신앙일 게다. 나의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면 내적인 변화가 있어야한다. 그것은 회개이다. 표징이나 기적을 쫓아 여기저기 찾지 말자. 하루하루 ‘새롭게 사는 것’이 주님이 주신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