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평화를 빕니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7 조회수641 추천수5 반대(0) 신고

글을 쓰는 것도 약간의 중독성 아니 중독성이 많이 있는 작업 같습니다. 영혼이 깨어 있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혹은 제공되는 자극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기 위해 나를 열어 놓고 있으면 사소한 일도 큰 의미가 되어 글을 쓸 수 있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풍경에도 마음을 너무나 평화롭게 만드는 음악에도 마치 흰 종이가 내 앞에 있고 연필을 쥐고 단어를 택하고 어떻게 서술을 하면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일을 통해 아름다움에 더욱 몰입을 하게 됩니다.

우연히 지나치는 전시회의 그림들 중에도 유난히 제 발걸음을 붙잡는 것이 있고 늘 같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사실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으며 그 다름을 발견하는 기쁨을 어딘가에 풀어 놓고 싶은 마음이 드니 제가 글을 쓰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한국분들이 근처에 많이 있지 않아 늘 외로웠지만 다행히 요즘엔 아이들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아침에 공원을 산책하고 얘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어제는 조앤과 함께 식물원에 가서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있는 장미 정원을 거닐었습니다. 성모님의 꽃들과 향기에 파묻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근처에 사는 레티와 동네 공원을 무려 2시간을 걸었습니다. 계속 가다보니 작은 강이 나오고 강을 따라 언덕에 피어 있는 꽃들을 보고 또 한가로이 물위에 있는 오리들을 보며 세상이 주는 평화를 만끽하였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도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를 빈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천상 평화를 지상에서 느끼는 우리는 참으로 복되고 행복합니다.

오늘 아침엔 시간이 남아 여유를 두고 일찍 성당에 도착했어요. 그래서 성당을 들어가서 미사를 마치기까지의 느낌을 글로 담아 봅니다. 성당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부활의 꽃인 백합과 결혼 등의 잔치에서 볼 수 있는 아치형의 아름다운 천으로 볼륨감 있게 장식된 한 코너의 성수가 담긴 곳에서 성호를 긋습니다. 어제 미사 후 행여 제가 생각으로 말로 행동으로 더러워졌다면 당신의 성스러운 물로 깨끗하게 씻어 주시기를 원합니다 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중앙 통로에 이동용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성체가 모셔져 있습니다. 투박한 질그릇에 담겨 있는 동그란 밀떡을 하나 집어서 황금색의 성반에 옮겨 놓으며 내가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실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내가 보낸 어제는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았는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매일 매일이 죄를 짓는 주님을 모시기 합당하지 않은 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직접 손으로 밀떡을 담는 작은 행위를 통해서 내일은 더욱 주님이 원하시는 하루를 보낸 내가 되어 오리라 다짐을 합니다.

성당 내부는 부활주간이므로 가운데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진 꽃장식이 있습니다. 군데군데 성모님 성 요셉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 상 주위를 아름다운 순백의 백합꽃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성당의 내부는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부채처럼 펼쳐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제대 주변 가까이로 시선을 집중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미사를 집전해주시는 모든 신부님들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특히 성가를 통해 미사를 풍요롭게 해주시는 제랄드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셔서 기뻤습니다. 8시가 됨과 동시에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성가를 통해 입당하시는 신부님을 맞으며 미사가 진행됩니다. 제랄드 신부님의 성당 전체를 울리는 음성이 성당 공간을 채우고 다시 저의 귀에 울리는 공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기운을 느낍니다. 미사 중간의 전례도 신부님께서그레고리안 성가로 해 주시니 평소에 구송을 통해 하는 것보다 더 은혜롭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 같은 신부님, 언제나 아름다운 음성으로 주님을 가까이 느끼게 합니다. 성찬의 전례를 할 때는 빵과 포도주를 들고 신자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시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아주 천천히 그러나 정성을 다해 빵과 포도주를 나누십니다.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사람들이지만 성체와 성혈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그 위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하는 것에는 한 치의 오차가 없습니다.

오늘 신부님의 강론 말씀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We choose Jesus to be the center of our lives."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주님을 내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사는 오늘이 되기를 저도 성체 후 묵상을 통해 기도하였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병원이나 집으로 성체를 분배하시는 봉사활동을 하시는 평신도들에게 성체를 넣은 작은 함을 주시며 "당신은 오늘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 말씀을 다른 이에게 전해서 그들에게 희망, 치유 그리고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는 기도를 하시며 성체 함들을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각자의 봉사를 마치고 빈 함이 되면 다시 바구니에 넣어서 신부님께서 채워주시기를 청하고요.

아침의 미사에는 대부분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고 저와 같은 아이 엄마들도 보입니다. 다 합해서 평균 오십 여명의 사람들이 매일 아침 미사를 드립니다. 부부가 함께 오는 아름다운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언제나 어느 곳의 미사가 그러하듯 미사를 드리고 성당을 나서는 저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고 오늘은 또 어떤 일로 어떤 생각으로 주님을 내 중심으로 모시고 살까 기대되고 설렙니다.

제가 매일 아침에 참례하는 이곳의 미사를 그냥 평이하게 묘사하였지만 미사 전체를 통해 거룩함과 성령 충만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간은 35분에서 40분이면 충분한 아침의 미사이지만 주님의 피와 몸을 내 안에 모신 거룩한 미사의 영향은 저를 하느님의 평화에 머물게 하고 하루 종일 저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줍니다.

식구들을 다 보내고 이렇게 아침 8시에 미사를 갈 수 있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으실 것을 알아요. 한국처럼 새벽 6시에 미사가 있으면 저는 아마 매일 미사 참례가 힘들었을 거예요. 요즘은 조금씩 줄어들긴 하지만 워낙 아침잠이 많거든요. 그리고 직장을 다니시거나 시간에 제약을 받는 분들도 매일 미사를 참례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제가 매일 미사를 다녀와서 그 은총을 글로 표현할 때 가끔은 참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내 마음의 중심에 있다면 반드시 미사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 각자가 서 있는 곳에서 주님의 은총을 무궁무진하게 받을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저는 제가 받는 은총을 제 것으로만 가질 수 없고 주님께서 자꾸 나누라 하시니 글을 쓰고 또 쓰게 됩니다. 제 진심을 모두가 아시리라 믿어요.

암튼 미사를 참례하고 레티와 저를 위해 커피 두 잔을 사서 공원에서 레티를 기다리다 호숫가에서 오리, 고니, 비둘기, 작은 새들을 보고 초록이 너무 아름다운 공원을 거닐면서도 주님의 평화를 온 몸과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세상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고 또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해서 눈물이 납니다.

험한 일도 많이 벌어지고 여전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은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아름다운 세상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님 당신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주님 당신께서 제자들에게 주셨던 그 평화를 지금 우리 세상에서 주셔서 모든 이가 평화를 누리며 사는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주소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실 것을 믿어요.

미사와 산책을 다녀와서 감동해서 글을 썼어요. 중독이라도 좋습니다. 당신을 끊임없이 찬미할 수 있다면 그 중독에 빠져서 헤어 나오고 싶지 않습니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저의 내면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실험과도 같은 글을 읽어주시는 이곳의 모든 분께 미안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주님 안에 평화로운 날 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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