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장미향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6 조회수62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미사를 가는 것과 이 곳 묵상 방을 들르는 것을 빼먹지 않는 로사가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왔습니다. 이곳이 마치 제가 출근하는 저의 일터인 것 같아요. 아주 신나고 즐거운 일터입니다. 월급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제가 아주 성실한 사람은 아니지만 미사나 묵상 방은 저를 아주 성실한 일꾼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성실이 신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 일에 내가 몰입이 되어 그 일도 나도 하나가 될 때가 있습니다. 묵상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일도 미사를 통해 주님을 내 몸에 모시는 일도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저와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맡기 위해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놓습니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세상을 깨웁니다. 향기 진한 보라색 히야신스 꽃을 창가 가까운 곳에 심어 놓았는데 그 진한 향이 코끝을 즐겁게 합니다. 따뜻한 한낮에는 나비가 날아와 한참을 머물다가곤 합니다. 나비도 향기 나는 꽃이 좋듯 저도 향기 나는 사람이 무척 좋습니다.

직접 향기는 맡을 수 없지만 글에서 삶에서 그리고 표정과 행동, 생각을 통해 주님의 향기를 전해오는 모든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묵주의 기도를 드리고 성모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십사 간구하면 실제로 장미나 진한 백합의 향기를 맡는 체험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경험한 단 한 번의 장미향에 관해 얘기해 드리고 싶어요.

2004년 작은 아이가 두 살, 큰 아이가 4살이 조금 넘었을 때였어요. 학생 공동체에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고 특히 학교 아파트 옆집에 살았던 안젤라 언니와 스테파노 형제님을 통해 주님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단장을 하던 안젤라 언니의 권유로 저도 레지오가 뭔지도 모르면서 아이 둘을 데리고 따라 갔습니다.

주로 아이 엄마들이니 성당의 유아방에서 회합을 했어요. 어린이들이 앉는 작은 의자에 앉아 성모님을 모시고 기도하고 아이들은 옆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그랬습니다.

그 때도 이맘 때처럼 사순시기였었요. 사순시기를 맞아 성당에서 만나 십자가의 길을 함께 바쳤습니다. 아이들은 의자에 앉혀두고 맛있는 과자와 조그만 장난감으로 조용히 놀게 두고요.

십자가의 기도를 다 바치니 성당 안에서 진한 향기가 났어요. 아주 진한 장미 향기였어요. 누군가 향수를 뿌렸나 아님 꽃이 있나 두리번거렸습니다. 저의 착각인가 하면서도 그 향기가 너무나 진하고 강열했기 때문에 사실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냥 꽃향기가 나지 않느냐고 주위분들께 여쭈어만 보았지 내가 어떤 향을 맡는다는 얘기는 드리지 않았고 이후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저의 아주 소중한 비밀로 마음 안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처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순시기가 되니 그 때의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Passion of Christ'라는 영화도 그 감동을 이어 주었던 생각도 납니다.

그 후로 다시 그런 향을 맡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이 쉽게 오는 은총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단 한 번의 성모님의 향기였지만 그것은 제 마음을 흔들고 제 신앙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성모님과 함께 간구하는 기도가 공허한 울림이 아니고 성모님 듣고 저와 함께 빌어주심도 믿게 되었고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를 조금 희생하는 모든 행동이 주님께서 즐거이 받아주시는 기도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주님께서 제가 당장 원하는 일을 이루어주시지 않는다고 원망도 했었지만 그 이후로 주님 당신께서는 단 한 번도 저의 간절한 기도를 거절한 적이 없으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향해 가는 길고 긴 길에 지치고 힘이 들 때 아주 가끔씩은 제 마음을 크게 울렸던 그 향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대신 내 주변에서 주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제 마음의 눈을 뜨게 해 주심이 더 큰 은총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주님의 향기는 지금도 우리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 속에서, 그리고 이 곳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묵상 방의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맡을 수 있습니다.

꽃 얘기를 하다 또 여기까지 왔습니다. 즉흥적인 글이라 잘 정리도 안 되어 있지만 그냥 이대로 올리렵니다.

오늘도 주님의 향기가 되는 삶을 사시길 빕니다. 주님 안에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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