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5. 파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5 조회수426 추천수8 반대(0) 신고

 

   바오로 서간은 사도가 세운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목상 필요한 지침을 써 보낸 편지이기 때문에 사도의 활동이나 사상 전체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다행히 사도행전이 있어서 초대교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고, 서간에 나타나지 않는 바오로 사도의 활동 전반을 재구성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안티오키아 교회는 바르나바와 사울(바오로의 유다식 이름)을 포함해서 다섯 명의 예언자들과 교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날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예배와 기도에 전념했고, 필요하다면 가난한 공동체를 위해 가진 것을 내어놓는 등 복음을 성실하게 실천하였다(11,27-30).

   안티오키아 교회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 그들은 단식하며 기도한 뒤, 바르나바와 사울 두 사람을 뽑아 안수하고 나서 선교의 임무를 맡겨 떠나보낸다(13,1-3). 그런데 사도행전의 저자 루카는 성령께서 직접 이들을 불러 따로 세우고 파견하셨다고 한다(13,2; 13,4). 곧 외면상으로는 어떤 지역의 한 교회에서 파견하는 것일지라도, 실제 이들을 파견하시는 분은 성령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왜 성령을 강조할까? 사실 ‘사도행전’이라는 책이름 때문에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전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은 ‘성령’이다. 성령께서 강림하셔야 제자들이 모든 것을 깨닫고, 밖으로 나가 선포할 수 있으며(2장), 성령께서 내려오셔야 제자들은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다(1,8).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예고하신 말씀은 이 책의 요약일 뿐 아니라, 책의 구조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즉, 사도행전의 전반부는 베드로를 중심으로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에서의 선포를(2-12장) 담고 있으며, 후반부는 바오로를 중심으로 당시의 ‘땅 끝’으로 알려진 로마에까지 복음이 전파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13-28장). 루카는 두 사도들이 대표로 나서서 활동하지만, 그들 뒤에 숨어계시는 분은 성령임을 잊지 않도록 곳곳에서 우리의 의식을 깨운다.

   그렇다. 성령께서는 전면에 나서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바르나바와 바오로도 선교 여행의 전면에 내세운다. 그들은 ‘어느 해안에 닿을지도 모른 채 성령의 바람에 돛을 활짝 펼치는(예로니모)’ 의탁의 자세로 여행길에 올랐다.

   라틴어 ‘미사(Missa)’라는 말은 본래 ‘파견’이라는 뜻이다. 매 미사 때마다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하는 명을 받고 파견되는 우리. 과연 우리는 복음전파의 사명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 맨 처음 자신의 고향으로 향한 바르나바처럼 우리도 삶의 고향인 가정과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선교하고 있는가? 사도들처럼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면, 마르코 요한처럼 뒤에서 협조하고 있는가?
   선교하지 않는다면 성령의 파견을 번번이 묵살하는 것이다. 선교하지 않는다면 교회(하느님 백성)가 아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 사순 제2주일 수원교구 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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