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잠들기 전에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2 조회수678 추천수11 반대(0) 신고

주일 미사를 다녀오고 피곤하여 한숨 자고 일어나 2시간 전에 글을 분명히 써서 올렸는데 글이 요술을 부렸는지 다 날아가 버린 거예요. 묵상 방에 올리는 글을 제가 따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전에 썼던 글을 올릴 수가 없지만 하느님께서 다시 써 보아라는 걸로 알아 듣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어요.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내일 학교 갈 준비도 시키고 자기 전 책도 읽어 주고 간단한 감사 기도도 드리고 오늘 제가 엄마로서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끝내고 한가로이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모두 잠이 들고 제가 쓰는 글을 통해 고요하게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또 하느님 안에 잘 살았나 아님 어떤 점을 고쳐야하나 반성도 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다짐도 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주일엔 남편과 제가 아이들 첫영성체 교리와 주일학교 교리로 바쁘게 보냅니다. 아이들과 놀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하느님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사랑스런 아이들이 자신이 사랑 받는 것을 느끼며 따뜻한 웃음과 표정 그리고 행동으로 사랑을 저에게 표현해 줄 때는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저의 작은 수고를 단번에 녹여버리는 사랑입니다. 

처음 첫영성체 교리를 맡은 저의 남편도 4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분주한 주일을 보내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고 또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 때문에 신이 나서 교리를 가르치는 듯합니다. 신부님의 방침도 그러하시고 첫영성체 교리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도움과 참여를 많이 유도합니다. 한 마디로 집에서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해야 하는 숙제가 많은 거지요. 첫영성체 교리를 통해 미사, 기도, 성서 읽기 등이 가정에서 기본이 되어야함을 배우는 계기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모세의 이야기를 배웠고 영화 'Prince of Egypt'를 엄마, 아빠와 함께 보는 것이 숙제라고 하네요.

저도 더 분발하여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성서를 읽으며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며칠 전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책을 읽다 무릎을 탁 치며 '아하!'하는 얘기가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인간은 근심하는 존재이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근심하며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이덱거는 말하였습니다. 죽음과 함께 인간의 근심도 사라집니다. 근심이 꼭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를 더 충실히 살도록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산상설교를 통해 인간에게 다른 비전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올 것이며 내 안에 하느님 한 분만이 존재하며 나를 지배하시는 분이심을 깨우쳐 주십니다. 그래서 내가 온전히 하느님께 예속되어 나를 맡긴다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근심으로 오늘을 살아야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해 대비하는 일을 충실히 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생기면 그것을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만 충실히 하고 나머지는 믿음으로 하느님께 맡겨야 합니다. 일을 하면서 결과에 대해 걱정하거나 다른 이들의 이목을 신경 쓰는 것은 나 자신 안에서만 맴도는 것이고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근심을 떨치기 위해서는 기도와 단식을 해야 합니다. 기도는 자신 안에 있는 내면의 방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오직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는 것입니다. 단식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근심과 불안정을 떨쳐 버리고 기쁨을 찾으며 자신을 하느님의 섭리에 믿음으로 맡겨야합니다. 단식과 기도는 내적으로 일치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사시는 내면의 방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단식은 우리가 내면의 방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걱정거리들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나면 나는 참으로 고요함을 지닙니다.

이상이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다시 찾은 마음의 평안'이라는 책의 일부입니다. 신부님의 글을 통해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는 내 안의 방을 찾고 싶은 열망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기도를 통해 오직 하느님 한 분과 나만이 머무르는 하느님 나라를 만나고 싶습니다. 미사와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지만 삶의 순간순간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잃어버리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기도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느님 안에 항구하게 온전히 쉴 수 있는 저와 하느님이 만나는 저만의 기도 방법을 찾아보리라 다짐도 합니다.

근심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하느님을 통해 근심에 억눌려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떨쳐 버리고 그분께서 주시는 성령으로 매일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성실히 하고 기도를 통해 그분 안에 고요하고 평화롭게 쉴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미사뿐 아니라 신부님의 글을 통해 주신 고요와 평화를 안고 편히 잠들 수 있을 듯합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늘 우리와 함께 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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