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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1> - 이승구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1 조회수804 추천수8 반대(0) 신고
 

 

향심기도<1>

 

   '어떻게 하면 내적 고요에서 하느님과 깊게 대화할 수 있을까.' 기도하려고 앉아있어도 분심만 들뿐 기도가 잘 되지 않는다는 신자들.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도 내적 갈증은 여전하다. 기도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신자들을 위해 교회 안에서 발전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기도를 안내하는 '기도 맛들이기' 연재를 시작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안내하는 기도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워가며 훈련과 실천을 통해 자신의 영적 생활을 풍요롭게 가꿔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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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심기도를 통한 새로운 삶


   바오로 사도는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2코린 5,17), 다시 말해 새로운 인간이 된다고 했다. 또 "새 인간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사람"(콜로 3,9)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사제가 된 나는 이 말씀대로 인격적, 영적으로 나날이 새로워지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그러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바오로 사도가 고백한 것처럼 생각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복음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인지 알고 있지만 실생활에선 아는 대로, 결심한 대로 살지 못하는(로마 7,15이하 참조) 갈등을 겪었다.


  이런 갈등과 번민 속에서 사제 생활 10년이 지나고 인생의 중년을 맞으면서 '중년의 위기'를 겪게 됐다. 그래서 마치 내 삶의 빛이 꺼져버린 듯한 혼돈과 갈등과 어둠 속에서 삶의 위기, 사제직의 위기를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침묵기도를 통해 이런 위기를 은총의 기회로 바꿔주셨고 내 삶에 새로운 빛을 비춰주셨다. 특히 첫 본당 사목을 마치고 미국에서 가진 3년간의 향심기도 연수는 내 삶을 새롭게 바꿔주는 은총의 시간이자 내 삶에서 하나의 전기였다.


  나는 향심기도를 통해 그동안 갈등하고 번민하던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거짓자아'였다. 바오로 사도는 이것을 옛 인간(콜로 3,9)과 외적 인간(2코린 4,16)이라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 자신도 모르게 형성돼 온 이 거짓자아의 숨은 영향으로 삶의 변형도 이루지 못하고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도 맺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향심기도를 통해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거짓자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실 때 심어주신 나 본연의 모습인 참 자아와는 반대되는 자아다. 이것은 자신이 만든 자아로서, 본능에 의해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그 욕구 좌절로 인해 생기는 정서적 고통을 억압하거나 보상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형성돼 우리의 무의식에 저장된 것이다. 이러한 거짓자아의 영향으로 우리는 신앙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향심기도를 통해 이 거짓자아의 영향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게 되자 삶과 신앙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님께서 내 안에 나와 함께 현존하신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기도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됐다. 예전보다 좀 더 복음적 삶을 살고 싶은 내적 이끄심을 느끼면서 내 삶과 행동 양식 및 가치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체험들을 통해 나는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 한다"(로마 7,18)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나를 변화시킬 수도 없고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도 맺을 수 없다는 것, 오직 주님과 그분의 은총만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이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향심기도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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