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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당신을 사랑해요!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7 조회수901 추천수11 반대(0) 신고
 
 
 

" 주님, 당신을 사랑해요!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겁쟁이인 줄 잘 아는 식복사 언니가 내게 물었다

        신부님, 기증하고 나시니 어떠세요?


        응, 뭐, 후련하지

        참 잘하셨네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


        대답은 그렇게 속 시원하게 했지만 실은 좀 찝찝했다.

        언제고 기회가 닿으면 그러리라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제 성화의 날, 장기기증을 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리 사후에 일이라곤 하지만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와 마취도 안하고

        내, 장기를 마구 떼어낼 것이고 그러면 막 아플 것 같고…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 사람의 최후와 함께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왠지 섬뜩하고 선뜻 내키질 않았다


        그날따라 유난히도 팔을 길게 벌리고 십자가에 달리시어

        유독 나만, 뚫어져라 바라보시는

        예수님을 똑 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십자가상의 예수님은 이상하게도

        내게 더욱 바짝 다가와 코앞에 서계셨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아주 부드럽게 속삭여 주셨다.

        "sacerdos, alter Christus"

        " 사제, 또 다른 나, 그리스도 "


        배 밑에서부터 뜨거움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뜨거움 안에 희미하게,

        마지막 심지가 다 타 들어가는 촛불을 바라보듯

        자신의 장기 기능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최후가 다가옴을 느껴

        불안에 떨며 애타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환우와


        내 눈을 통해 암흑에서

        광명의 세계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감격의 눈물을 한없이 흘리는

        또 다른 이의 모습이


        그리고 이번엔 "안드레아야!" 하고 다정하게 부르시며

        "오늘도 "나"로 살아가는 네가 고맙다,

        겁내지마 내 도와 줄께" 하시며

        미소를 지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지며 그려졌다.


        그때 난 그랬다. "좋아요 예수님, 한번 봐드릴게요,

        그리고 꼭 기억해두셔야 해요!"


        그리곤 서품 때처럼

        "ADSUM, DEO GRATIAS!" (예, 주님 저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라고 중얼거리며 봉헌 서에 서명했다


        잠시나마 주저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온이 깃들었다.

        그리고 새 사제가 됐을 때처럼 산뜻하고 뿌듯했다.

        마당에 소나무도 한결 푸르고 싱그러워 보였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과연 겁쟁이 주 신부죠?

        좀 부끄럽지만… ^^*

        그래서 봉헌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도 그렇게 하시고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기쁨과 평화

        행복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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