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절을 맞이하며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6 조회수647 추천수5 반대(0) 신고
단어의 어원을 알면 이해하기 쉬울 때가 많다.
영어의 ‘lent(사순절;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의 40일간)’라는 단어는 ‘봄(springtime)’을 뜻하는 고대 영어에서 유래하고 있다. 라틴어 ‘lente’는 ‘천천히(slowly)’를 뜻한다.
 
어원대로 해석하면 ‘lent’는 ‘봄이 되어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느긋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평상시의 마음가짐 즉 평상시의 버릇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부활절을 건전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하여 평소와는 다르게 금식을 해야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성경에서는 이의 개념을 사막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르코 복음에서 볼 수 있듯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준비하시기 위해 40일의 밤낮을 사막에서 단식을 하시면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시기도 하고 맹수와도 함께 지내시며 천사들의 돌봄을 받으시기도 하셨다.
 
우리들은 사순절이 되면 예수님께서 사막에서 40일 간을 보내시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시지 못하고 ‘사탄’과 ‘맹수’를 만나신 것을 떠올리며 더 이상 우리들 자신의 힘만으로는 살 수 없음을 알고 ‘천사들’이 와서 우리를 돌보기를 기대한다.
 
 ‘사탄’과 ‘맹수’는 우리 내부에서 외면하고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 편집증, 화, 질투, 다른 사람을 경원함, 환상, 떠벌림, 중독, 마음 속 깊이 남 모르게 숨기고 있는 상처, 성욕, 참된 기도를 드리지 못함, 흔들리는 믿음, 고해하지 않은 부도덕 등과 같은 ‘내적 혼란’을 일컫는다.
우리들이 먹는 일상적인 음식은 우리들 생활 이면에 숨어 있는 뿌리 깊은 혼란에 빠트리며 바람쥐 체바퀴 같은 일상생활이나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사순절은 천사들이 우리들을 먹일 수 있도록 우리 내면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막에 직면하며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며 작게 느끼게 하며 무능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사막이라는 혼란에 직면하게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사순절을 맞아 뒤죽박죽 되어 있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직시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사순절과 금식의 개념을 설명하는 세 신화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떤 문화이든 한 동안은 슬픔에 잠겨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신화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 신델레라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슬퍼하고 있는 작은 소녀’이다. 이야기의 교훈은 분명하다. 즉 아름다워지려면, 왕자나 공주와 결혼하려면, 위대한 축제에 참석하려면 먼저 슬퍼하고 겸손해야 하며 무시당하기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 사순절은 슬퍼하면서 재를 쓰고 앉아 있는 시기이다. 사순절을 이마에 재를 묻히는 의식으로 시작하는 것은 결코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새턴(Saturn)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 토성의 영어 이름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토성 아래 앉아 있거나 새턴의 아들이 되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토성을 슬픔의 별, 낙담의 별, 우울한 별로 생각했다.
따라서 슬플 때나 우울할 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새턴의 아들이 되어 즉
진심으로 낙담하고 슬퍼하며 영혼의 내부에서 어떤 중요한 계기가 생기는 것을
끊임없이 기다리면서 일정기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예수님께서 사막으로 가셨듯이 때때로 장상들이나 성인들도
자발적으로 토성 아래 앉아 슬픔을 자초하고 이 우울함을 통하여 새로운 영혼에 이르기를 바랐다.
이것이 바로 사순절의 의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이해를 돕는 고대 신화들에 나오는 아주 좋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들의 눈물을 생명수의 흐름과 생명의 원천에 다시 연결시키는 것이다.
잘 알다 싶이 눈물은 짜다. 이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양도 바닷물이며 모든 생명의 원천이 거기서 나왔다.
따라서 눈물은 우리들을 생명의 원천에 다시 연결시키고, 우리를 재창조시키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깨끗이 씼어주고, 생명의 원천을 알게 되므로써 내면 깊이 들어 갈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진리를 통하여 또 경험을 통하여 눈물도 사순절을 맞이 하여 사막으로 들어가는 것과 꼭 같은 역할을 하며 내면 깊이 들어갈 수 있게 한다.
 
많은 곳에서 사순절의 필요성을 느낀다.
즉 장엄한 분위기가 되지 않으면 장엄할 수가 없는 법이다.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려면 먼저 금식을 해야 한다.
부활절을 제대로 맞이 하려면 먼저 사막과 슬픔과 낙담과 눈물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롤하이저 신부님의 칼럼을 편집)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