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고통은 너의 몫이 아니라 나의 몫이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6 조회수700 추천수7 반대(0) 신고

새벽부터 잠을 설쳐가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몇시간을 보내고 행복 바이러스가 아니라 고통 바이러스를 이곳에 뿌려 놓고 간 후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에 제가 너무 몰입을 했었나 봅니다. 그저 십자고상에 달리신 주님을 바라보는 것만도 고통으로 느껴졌으니 사순의 시작이라는 것이 너무나 큰 부담으로 제게 다가 왔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닌 40일을 고통 속에 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주님의 고통에 진정으로 내가 동참할 수 있을까 등 생각만해도 머리가 무거웠습니다. 저는 원래 무거운 주제를 참으로 싫어하는데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주님의 고통과 수난이라는 주제로 묵상을 하다보니 그 고통과 수난이 마치 저의 것인양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님께서 고통 받으시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최소한 그 고통의 아주 미소하게 적은 양으로도 함께 해야하는 것이 주님께 대한 도리가 아닌가 등 인간적인 생각으로 고통에 촛점을 맞추었어요.

그랬더니 정말 제가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음이 고통스럽고 만나는 이들에게 웃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밝은 에너지를 전하지 못하는 것 또한 고통스러웠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고통이었고 아름답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는 것도 고통이었습니다. 제가 자신 있고 잘한다 여겼던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듯해서 제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스런 마음으로 저녁 미사를 갔습니다. 이마에 재를 얹고 성체와 성혈을 모셨습니다. 재의 수요일이라 평소와는 달리 많은 교우들이 미사에 나왔습니다. 첫영성체 교리를 지난 주 부터 시작하였는데 그 어린이들과 부모님들, 오랫동안 성당에 발길을 끊었던 구역의 형제, 자매님도 오셨고 암으로 투병하시다 완치되신 분도 머리에 재를 얹기 위해 가발을 쓰지 않은 채 미사를 정성스럽게 봉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성체를 영하고 주님 한말씀만 하소서라고 정말 애타게 마음으로 부르짖었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저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당신의 말씀을 듣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러니 주님 당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통은 너의 몫이 아니라 나의 몫이다'라고.

온몸이 찡하고 울렸습니다. 내가 주님의 고통을 나눌 수도 없을 뿐더러 그분의 고통에 함께 하고 싶어한다는 그 마음조차도 제가 당신의 극심한 고통의 깊이도 이해하지 못했고 우리 때문에 고통 받는 예수님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했던 무지의 소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통을 받으실 분은 주님 한 분이시라는 것과 저는 감히 그분의 고통 근처에도 도달할 수 없는 적은 몫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의 몫은 온전히 예수님의 몫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제 마음이 너무나 편해졌습니다. 제가 무모하게도 그분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픈 욕심을 부렸었나 봅니다.  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와 신부님을 비롯하여 많은 교우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위한 따뜻한 말을 주고 받으며 성당 앞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저의 몫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은 주님 당신께서 온전히 받으시라 하면 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대신 십자가 고통에서 저희에게 그리도 원하신 사랑하는 일은 저의 몫으로 온전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잘 할 자신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몫이 제 몫이 맞는 거지요? 이제 감히 당신의 몫을 넘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 몫만 충실히 행하겠습니다.

아침에 너무 무거운 글을 써 놓아서 죄송했어요. 이제 제대로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듯합니다. 다시는 미사를 다녀 오고 난 후가 아니면 절대 글을 쓰지 않을께요. 신앙도 얕고 주님의 말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미사를 드리지 않고 올리는 글은 다른 곳으로 샌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미사를 드리고 주님을 제 안에 모신 후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끊임없이 나와 제 안에 담아둘 수가 없을 때에만 글을 올리겠습니다.

한국은 사순 이틀째를 보내고 계시겠네요. 주님 사랑을 더욱 크게 느끼시길 빌며 오늘도 주님 안에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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