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1일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5 조회수548 추천수7 반대(0) 신고

재의 수요일이 시작되었다.

어둠이 아직 세상을 덮고 있는 새벽의 이 시간... 어둠 때문인지 사순의 시작 때문인지는 모르나 겁이 덜컥 난다.

나는 아직 주님의 고통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는데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주님 수난의 그날은 반드시 올 터이다.

아직 내 눈은 멀리 보지 못하고 내 머리는 지혜롭지 못하여 고통 뒤의 부활이라는 메세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고통의 전조만이 엄습할 뿐...

주님, 제가 잘 감당하게 하여 주소서. 이미 예견된 고통을 기다리는 시간에 고통을 없애달라 기도하지 않는 예수님, 태어나심도 살아가심도 그리고 묵묵히 고통의 터널로 걸어 들어가시는 것도 오직 나를 위한 한 뜻이었음을 알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고통을 지켜 보는 일을 잘 감당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내 안의 십자가, 내 밖의 십자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사순시기가 되도록 주님 도와 주소서. 한없는 고통이었던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것처럼 저도 겸허한 마음으로 저의 십자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소서.

내 십자가를 정확히 알아 인정하면 그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당신의 지혜도 함께 주시리라 믿습니다.

고민해도 신통찮은 해결도 나오지 않을 일을 가지고 며칠 나 스스로를 괴롭혔는데, 사순을 시작하며 하느님 당신께서 당신만을 보라 자꾸 재촉하십니다. 내가 만든 내 틀에 갖히지 말라고 사순 첫날부터 저를 무지와 아둔함에서 깨워주십니다.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만을 바라보는 사순시기가 될 수 있도록 주님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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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하느님을 크게 느끼고 내가 정말 사랑받는 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 후 그분께 더 가까이 가고 싶고 알고 싶어 매일 매일 성체를 받아 모시고 묵상이 그 전에는 어떤 것인지도 몰랐지만 이 곳 묵상 방을 통해 하느님 말씀에 대한 힌트를 얻고 묵상을 하는 흉내도 많이 내어 보았다.

요즘은 기쁨이라는 그래프의 곡선이 자꾸 하향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사를 드리고 나오면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던 가슴을 꽉 채우던 환희의 기분도 예전과 같지 않고 주님 안의 내 삶을 돌아보고 당신의 말씀을 머릿속에 한 번 더 새기려 글을 쓰며 맛보았던 행복도 점점 그 색이 옅어져가고 있다.

하느님 당신은 늘 그 자리에 계시고 세상이 변한 것도 없고 내가 하던 행위도 변한 것이 없는데 무엇이 변해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밤에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이면 홀로 깨어 앉아 있기가 일수다.

봄을 느끼며 하느님 당신께서 주시는 생명의 환희를 채 맛보기도 전에 내 안의 불이 물을 만난 것일까? 6개월 동안 쉼 없이 활활 타오르던 불이 이제는 꺼질 때가 된 것인가? 단시간에 태워버려 이제 태울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종류의 불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

그동안 기쁨이라는 뜨거운 불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고통이란 불을 받아들여야 할 차례인가? 아무리 밖에서 비바람이 치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하느님 안에서는 완전한 기쁨만 있을 줄 알았고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의 교만이고 착각이었나 보다. 내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건가보다. 답답하다.

주님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제게 이런 때를 주신 것도 아마 저를 머물러 썩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요? 당신 마음대로 저를 이끄소서. 지금은 하향곡선을 그리지만 반드시 올라갈 날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 높은 상승곡선을 그려주실 거라는 것만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잘 인내하며 십자가의 당신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주님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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