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3 조회수1,239 추천수14 반대(0) 신고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마르코 1,21ㄴ-28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가수 조성모의 ‘가시나무새’란 노래를 잘 알고 계시지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가사 몇 구절이 계속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픈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생각할수록 일리가 있는 말 같습니다.


   제 안을 들여다보면 어찌 그리도 많은 또 다른 내 모습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모릅니다.


   수만 가지의 모습의 제가 들어앉아 있습니다. 때로 저도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선량하지만 때로는 악랄합니다. 때로 순수하고 감성적이지만 때로 그렇게 교활할 수 가 없습니다. 때로 천사의 얼굴로 살았습니다만, 때로는 보기만 해도 흉한 악령의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언제라도 천국으로 직행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영혼을 지니고 살았는가 하면, 지옥 불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죄 중에도 살았습니다. 그 수만 가지 모습 때문에 방황하고 갈등하고 괴로워하며 그렇게 살아온 제 인생인 듯합니다. 그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참으로 딱한 한 인간을 만나십니다. 악령에 사로잡힌 인간이었습니다. 보통 악령이 아니라 지독한 악령이었습니다.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스스로를 한번 통제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모든 일이 다 허사였습니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악령이 활동하기 시작하면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되고 맙니다. 악령의 활동이 잠시 중지될 때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요.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은 죽음보다 더한 괴로움이었습니다.


   자신이 악령에 사로잡혀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 스스로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죽고만 싶었을 것입니다. 본인이 느꼈던 스트레스도 컸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느끼는 고통도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무서웠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도 포기하고 떠나갔습니다. 도움을 주던 친구들도 떠나갔습니다. 이제 혼자가 되어 정처 없이 전국산천을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신세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가련하고 불쌍한 영혼이 오늘 주님을 만납니다. 자신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존재로 인해 고통당하는 영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영혼, 하루 온종일 악령에 시달리는 가련한 영혼 앞에 주님의 발걸음이 멈춥니다.


   우리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 안에 분명히 악에로 기우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악으로 인도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 세력이야말로 이 시대 악령입니다. 성령에 반대되는 악령, 불결한 영, 사악한 영입니다.


   그 악령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우리를 괴롭힐까요?


   악령은 타락한 하느님의 영입니다. 겉은 그럴 듯합니다. 머릿속에는 천사의 지식도 지니고 있습니다. 마음속에는 하느님을 알아보는 식별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악령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간을 하느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일입니다. 인간의 시선을 흐리게 만듭니다. 자기중심을 잃게 만듭니다. 하느님께서 금하고 계시는 행위를 하도록 자극합니다.


   이런 악령이 오늘 예수님을 만나 이렇게 외칩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악령의 이 말은 예수님을 향한 신앙고백이 아니라 자기방어의 수단으로서 나온 말입니다. 비록 타락한 영이지만, 하느님을 거스른 영이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떠나 있는 영이지만, 하느님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악령이 하느님 앞에 서 있자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예수님의 찬란한 성덕 앞에 격분한 악령은 아직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 될 예수님의 신원을 재빨리 폭로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좌절케 하려고 기를 씁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악령을 멸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천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할지라도, 지속적으로 회개하지 않으면 악의 세력은 순식간에 우리 인생을 점령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 머릿속이 하느님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흘러넘친다 하더라도 성령의 인도를 받지 않는다면, 성령으로 채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새 악령의 지배를 받고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시나무새 - 조성모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