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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8일 야곱의 우물- 루카 21, 29-33 묵상/ 언제나 유효하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8 조회수542 추천수2 반대(0) 신고
언제나 유효하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루카 21,29-­33)
 
 
 
 
◆하느님 나라는 가까이 와 있다. 계절이 때맞춰 오듯 어김없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하느님 나라를 그리워하는 것은 음악회가 열리는 극장에 앉아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무대에는 육중한 커튼이 드리워져 청중의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 청중석에서 자리를 찾고 프로그램을 뒤적이는 무질서와 소란함이 가라앉으면서 신선한 긴장과 흥분이 무대를 향해 쏠린다.
 
무대 가까운 쪽에 앉는다면 커튼 밑을 살짝 젖혀보고 싶은 유혹이 들게끔 그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는 연주자와 스태프의 발걸음도 보이고, 악기의 음을 고르며 일으키는 불협화음도 귀를 자극한다. 그 소리는 다가올 음악의 향연을 기대하는 마음을 더욱 벅차게 부풀리는 매력이 있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불이 꺼지며 장막이 걷힌다.
 
숨겨졌던 오케스트라가 흐트러짐 없는 정물처럼 반짝이는 악기와 함께 정돈된 모습을 무대 위에 드러낸다. 연미복을 입은 지휘자가 걸어 나오면 청중은 일제히 우레와 같은 박수를 터뜨린다. 단상에 올라 오케스트라를 향한 지휘자의 손에 들려 있는 지휘봉 끝이 서서히 올라와 허공에 멈춘다. 모두 숨을 죽여 지켜보는 정적이 절정에 도달한 순간 지휘봉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청중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격의 탄성에 오케스트라는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음악으로 화답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하느님이 정하신 일들을 미리 알아내고 비밀을 캐고 싶어 씨름을 거듭한다. 유전자를 연구하고 생명체를 복제하는가 하면 고성능 망원경을 인공위성에 실어 올린다. 아득히 먼 우주 끝에서 천체가 영롱한 빛으로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하늘의 비밀을 엿본 흥분으로 위대한 인간 능력이 이룰 끝없는 성취를 확신하며 자만한다. 하지만 그런들 하느님의 때를 조금도 앞당길 수 없다.
 
예수님은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리셨다. 하늘과 땅은 서로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창조주의 말씀이 낳은 뜻에 따라 함께 관계 맺는 동반과 협력의 현장이다. 하늘의 뜻은 곧 구원의 약속을 이루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당장 끝장날 듯한 재앙에 휘둘리더라도 구원의 약속은 말씀이 영원한 만큼 언제나 유효하다.
 
구원의 때가 오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나고 지나갈 테니 어떤 경우에도 절망해선 안 된다. 잎이 돋으면 열매 맺을 것을 알아차리듯 시작을 보았으면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 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그분의 구원이 반드시 우리에게 미치게 되리라고 믿는 것이다. 커튼 뒤에 가려진 오케스트라를 정해진 시간이 오기 전에는 볼 수 없지만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부단한 준비가 진행됨을 느끼게 하는 수많은 사인이 움직이고 있다.
 
간절한 기대에 응답하는 나팔이 곧 우리에게 울릴 것이다.
원영배(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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