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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8 조회수1,091 추천수18 반대(0) 신고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 루카 21,29-33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천국의 맛보기>


    가끔씩 지상에서 천국을 맛볼 때가 있습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그 강물 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아침 햇살, 때마침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무리...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사랑하는 사람들, 언제 만나도 마음 편안한 따뜻한 친구들...


    어떻게 보면 천국은 이 지상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already) 우리 가운데 와 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고(not yet) 현재진행중입니다.


    그러나 그 하느님의 나라는 인간 측의 아무런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희생을 요구합니다.


    어떤 분은 “이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천국 갈 생각도 하지마라.”고 강조하십니다.


    가가린 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류 최초로 우주선을 탄 소련 조종사입니다. 우주선에 홀로 탑승한 그는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를 정확히 한 바퀴 비행했습니다. 낙하산을 타고 기적적으로 지구로 귀환한 그는 지상에 내려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아무리 눈 씻고 봐도 하느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이 말에 한 사제가 이렇게 대응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못 본 사람은 지구를 세 바퀴가 아니라 서른 바퀴 돌아도 하느님을 볼 수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상 생활의 연장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상에서의 우리 삶 안에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계속 진전중입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느님 아버지의 측량할 수 없는 자비와 은총, 무한한 사랑에 힘입어 반드시 완성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지상생활, 아무것도 아니라고 절대 말할 수 없겠습니다. 이렇게 함부로 살아서도 안 될 일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지극정성으로, 최대한 즐기면서, 끝없이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상에서의 삶은 ‘천국의 맛보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지옥같이 끔찍한 세월, 연옥같이 지루한 나날을 보내라고 우리에게 지상생활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천국 같은 삶을 미리 지상에서 맛보고 오라고 우리를 이 땅에 보내셨으리라 확신합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나날이 고통의 연속일지라도, 사방이 온통 절벽으로 꽉 막혀있다고 할지라도 절망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악은 선의 결핍입니다. 고통 받고 가난한 백성은 나눔의 부족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좌절과 포기는 진정한 형제애 부족으로 인한 현실입니다.


    이 한해의 끝자락, 종말론적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한 가지 의무가 있습니다.


    지상생활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일입니다. 우리의 손길과 관심, 나눔과 동반을 통해 그들의 지옥 같은 삶은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울적하게 살라고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울며 애통해하며 살아가라고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없이 이 세상을 만끽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라고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68번 / 기쁨과 평화 넘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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