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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6 조회수574 추천수4 반대(0) 신고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 - 윤경재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루카21,12-15)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혼란과 암흑의 시기가 반복해서 닥쳐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런 위기에도 인류는 파멸하지 않고 끈질기게 변화하며 적응해 왔습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이런 현상을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교회 역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박해와 끊임없이 돌출하는 이단 세력 탓에 교회도 혼란과 암흑의 시기를 경험하였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런 외부의 박해와 내부의 저항에도 무너지지 않고 더욱 굳건히 성장해 왔습니다. 어쩌면 그런 박해와 이단의 도전을 견뎌내고 극복함으로써 오히려 더 정련되고 정체성이 확실해졌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의 삶을 살펴보아도 고난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맞서 이긴 사람들 삶의 수준이 더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단 경제적인 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과학, 문화, 예술, 도덕, 신앙심 등 정신면에서도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수준이 조금씩 향상된 개개인이 모여서 인류 공동체를 더욱 성숙하게 하였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인류의 의식 수준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의식혁명’의 저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말합니다.

 인류는 뛰어난 자질을 깨달은 사람들에 의해서 숫한 위험의 고비를 헤쳐 나갔습니다. 이순신, 링컨, 간디, 처칠, 고르바초프 등과 같은 인물이나 위대한 과학자, 예술가 등이 역사의 흐름을 정방향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소수의 천재가 인류를 이끌었다고 말하나 사실은 천재가 아니라 정의, 사랑, 겸손, 관용, 희생, 믿음 등 불변의 가치를 추구했던 분들에 의해서 인류 공동체가 성숙되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IQ가 높다고 천재인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비전과 용기와 공동체 의식을 심어준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인 것입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원래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으며 자신들은 그런 인간의 능력을 하나로 모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어찌 보면 위기 상황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위기가 기회를 가져다 준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 하나의 공동체라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서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투쟁하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류가 하나의 연대로 얽혀서 조그만 일탈이 전체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오는지 점점 더 깊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지구 공동체가 여태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진정한 평화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떼이야르 데스댕 신부님은 인류 진화의 목표는 하나의 공동체의식을 통해 사회화를 이루며 그리스도라는 오메가 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박해와 고난을 거부해야하는 무엇으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내게 닥치는 시련이 나를 끝장내 버릴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해와 고통이 자신에게 죽음을 가져올까 두렵고 자신이 죽는다면 만사휴의로 끝날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박해의 순간을 상상만 해도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하고 회의에 빠지게 됩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움츠리게 하여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순교하신 성인들의 발자취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새남터에서 효수형을 당하실 때 얼굴에 기쁜 모습을 보이며 형장을 바삐 다니셨답니다. 집행하는 군사들에게 “내가 천당에 올라가서 이렇게 볼 것이니, 너희도 천주교를 봉행하여 내 뒤를 따라오라.” “나는 이제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였으니 여러분은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십시오. 나는 천주를 위하여 죽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내게 시작되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죽은 뒤에 행복하기를 원하면 천주교를 믿으십시오.”라고 말하셨답니다.

 유토피아를 지은 작가이며 영국 법무장관이었던 토마스 모어 성인은 헨리 8세 국왕이 카타리나 왕비와 이혼하고 앤 볼린과 결혼하는 것에 반대하여 참수형에 당할 때 목을 내리치기를 주저하는 사형집행인에게 자신의 목을 길게 빼 유머를 던지며 너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움츠려들고 겁내기보다 더 의연하고 기뻐하며 유머까지 말하는 자세는 보는 이들에게 역설적인 감동을 주며 그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시련과 박해 때에 언변과 지혜로 도와주실 것이라는 말씀의 본뜻입니다. 

 죽음이 끝장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여 주신 순교 성인들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행동입니다. 주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따라 걷기로 맹세하고 크리스천이 된 우리는 매순간 종말을 산다는 자세로 믿음의 생활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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