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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5일 야곱의 우물- 루카 21, 5-11 묵상/ 그때에 이르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5 조회수620 추천수3 반대(0) 신고
그때에 이르면

그때에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루카 21,5-­11)
 
 
 
 
◆오늘 복음을 읽으며 4년 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미국 CLC(Christian Life Community)의 전국대회에 참가했을 때가 떠올랐다. 대회 프로그램 중 사회정의 사도직 체험의 일환으로 현지의 빈민구제와 난민보호사업 견학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조금 벗어난 거리에 들어서자 이곳이 미국 땅인가 의심이 들었다. 야자수만 무성한 먼지투성이 길에 갈색 피부의 하이티 출신 난민들 모습을 보니 가난하고 정치가 불안정한 카리브해 섬나라의 살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듯싶었다.
 
 
그런 거리 한가운데 건축이 장엄하고 내부 장식이 화려한 코퍼스 크리스티 성당이 난민들의 보호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당신부님은 그곳 신자들의 99퍼센트가 불법체류자라고 했다. 50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은 로스앤젤레스의 비벌리힐스처럼 미국에서 손꼽는 부촌이었으나 쿠바와 하이티 등에서 난민이 밀려오고 슬럼화되면서 부자들이 떠난 자리를 가난한 이들이 대신 차지했다. 아름다운 성당은 이제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수용소, 구호기관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처음 건립할 때는 부유층 신자들을 위한 성당이었지만 반백 년 세월이 바꿔놓은 것이다.
사람이 처음에 꿈꾸던 목적과 계획대로 모든 게 이루어진다면 과연 하느님이 계셔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있을까? 사람의 생각과 하느님 생각은 다르다. 하늘이 땅에서 아득히 멀 듯 그 단절된 거리를 한달음에 이어주신 분이 예수님이다. 비록 마지막 때가 오기까지 우리는 그분이 예시하는 것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성급한 호기심에 애탈 필요도 없다. 다만 그분이 가르치신 대로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함을 알고 삶을 기도처럼 수행할 뿐이다.
 
그러면 그때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손길이 보일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일어날 일들이 다 일어난 후에 종말은 올 것이니, 우리가 할 일은 복음을 신뢰하며 순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단련하는 것뿐이다.
원영배(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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