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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입장차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5 조회수728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입장차이
                                           이순의
 
 
 
 
비탈진 오솔길에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포클레인이 끈 하나에 쇠 파이프를 달고 섰다.
<거, 길 좀 터 달라는데....... 빨리 빨리 올라 덜 가세요.>
재촉하는 소리가 꼬리를 달았다.
그래도 토요일을 틈 내서 오신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둔탁하기만 했다.
<먹고 살만 한 사람들은 하나님인지 천주님이 해결해 주는지는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을 해야 밥 벌어 먹고 사니까 빨리 빨리 비켜 주세요.>
많이 절제하며 하시는 말씀이었다.
저곳이 성지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저분의 입에서 쌍 시옷 발음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미 좁은 산길을 매운 순례자들은 저 먼 앞길의 교우들의 동태를 모를 터였다.
그러니 저분은 계속해서 심정이 복잡한 발설을 하고 계셨다.
 
 
 
 
 
 
 
 
 
퍼석퍼석하고 거친 산길에 새 길이 놓여 있다.
아직 놓인 돌에 흙도 마르지 않았다.
저 돌을 밟고 순례하는 사람과
저 돌을 놓는 사람의 입장은 달랐다.
그것이 내내 분심이 되기도 하였다.
<저분은 순례를 온 우리들이 먹고 살만하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신선놀음을 하러 왔다고 생각하시는 것일까?>
 
 
 
 
 
 
 
 
 
 
산을 오르면서도
수고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교우들이 붐비는 휴일에는 작업을 쉴 수 없었을까?
저분은 이곳이 성지인 줄을 모르고 공사장에 머무는 것일까?  
공사 진행을 아시는 누군가가 안내를 해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저 밧줄이 끊어져서 쇠파이프들이 쏟아져 버리면 어떻게 하지? 오~! 주님!
그래도 교우들의 침묵이 고맙기도 하다.
우리도 아저씨랑 똑같은 사람들데.......
 
 
 
 
 
 
 
 
 
산을 오르다 보니
연장들의 주인들이 비탈의 저기쯤에 앉아 있다.
순례자들 때문에 좀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 쇠파이프 덩치를 대롱대롱 달고 있던 포클레인 아저씨는 안전하게 내려갔을까?
밥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이라고
일 해야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시지 말고
안전문제가 따르니 좀 비켜 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걸!
이러나저러나
일하시는 분은 야속하고!
순례자는 침묵이고!
 
 
 
 
 
 
 
 
 
 
 
산의 초입에서 만난 자기 입장!
사람의 입장 차이를 놓고
순례하는 내내 또 다른 묵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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