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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과 매일 복음 묵상을 - 연중 제 34 주간 화요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4 조회수955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제 34 주간 화요일 - 징후 (SYMPTOM)

 

 

 

 제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은 장마 때만 되면 물난리를 치러야하는 시골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던 해에도 물난리가 나서 저는 포대기에 쌓여진 채 집 지붕을 뚫고 헬기로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태어나자마자 비행기를 타 본 것입니다.

좋은 것도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는 비만 오면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냇가가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건너기에는 너무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학년 때는 개근상을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장마 때는 초긴장을 하셨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피난을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른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것보다도 냇가가 불어나서 그것이 제방을 무너뜨리면 큰일이었습니다. 동네에 비가 그쳤더라도 그 물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밤새 제방이 안전한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했습니다.

자정이 넘었는데 제방이 무너지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누군가가 계속 그 제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엔 제방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만약 제방이 터졌다면 마을사람들 모두 큰일을 당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어렸기 때문에 밤새 제방을 지켜보던 분이 누구신지 잘 모릅니다. 한 분이었는지 마을 분들이 돌아가면서 지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멋모르던 우리들은 편히 잠을 잘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큰 사고가 일시에 일어나는 일은 거의 드뭅니다. 제방이 한 번에 터지는 일은 없습니다. 조금씩 물이 새어나오다가 그것이 더 커지면서 제방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틈이 생겨 물이 새어나올 때 재빨리 대피하지 않으면 큰 일이 일어납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징후’라고 합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질 때도 건물에서는 갈라지는 소리가 났고 직원들은 그런 소리들을 이미 여러 번 들었다고 합니다. 성수대교 사고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다리가 갑자기 내려앉을 리는 없습니다. 누군가 작은 문제점이 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면 큰 사고는 면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 파괴에 대해 미리 예언을 하십니다. 요즘 복음들이 자꾸 이런 종말론적 사건들을 이야기하는데 지금이 전례력으로는 마지막, 즉 종말로 향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성전의 아름다움을 두고 감탄하자 예수님께서는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고 허물어질 날이 온다고 예언하십니다. 그러자 그들이 언제쯤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물어봅니다.

예수님은, 거짓 스승이 나타나 사람들을 속일 것이고 전쟁과 반란이 일어 날 것이고 큰 지진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하늘에서 무서운 일들과 표징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일러주십니다.

이스라엘은 로마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고 전쟁과 기근 등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로마가 예루살렘을 멸망시키기 전에 지진과 하늘의 표징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면 바보들이라도 예루살렘이 언제 멸망할지 알 수 있을 것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징조들’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남아있던 많은 이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그런 징조들을 잘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한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큰 죄부터 짓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죄를 짓고 기쁨과 평화도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빼앗기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잘 보고 빨리 돌아서는 사람은 큰 어려움에 떨어지지 않겠지만 방관하면 깊은 구렁에 빠지고 맙니다.

죄를 알기 위해 죄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의사가 병을 알기 위해 병에 걸려보지 않아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병을 알기 위해 학문적인 지식과 간접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우리도 교회의 가르침과 영혼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면 죄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혹은 주위에 자신을 지켜봐주는 그런 파수꾼이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 어쨌든 매일매일 내 자신을 살펴보고 반성하는 묵상이 없는 영혼은 ‘갑자기’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매일 주님의 빛 안에서 우리 자신들의 영혼의 상태를 잘 살핍시다.

 

 

 

                ☆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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