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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구나 그리스도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3 조회수651 추천수8 반대(0) 신고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다.

왕과 같은 지도자는 권위가 있고 힘이 있어서
그 앞에서는 모두 무서워하고 주눅이 들게 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즉, 모든 사람이 자기를 보고 머리를 조아리고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허리를 굽히기를...

예전에는 왕이 세습되어서 왕족이 아니면 감히 아무도 넘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왕이 될 수 있다.
사실 불과 100년전만 해도 흑인이 노예로 팔리고 하는 세상이었지만,
당당히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그리스도 왕의 능력은
어떤 힘이나 권력이 아니라, 봉사 혹은 희생, 보다 정확하게는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런 분이야 말로 참된 왕이라고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다.

참으로 왕이 되고 싶다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랑은 다른 말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꼭 사람만이 아니라 나를 뺀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미사 시간, 그리고 미사 반주 음악과 노래 가사 등등.
나 아닌 모든 것에 관심을 집중하고 거기에 맞추고 보살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5살짜리 꼬마아이가 힘든 일을 마치고 늦게 들어온 아빠에게 돈 만원만 빌려달라고 한다.
이유인 즉슨, 아빠가 회사에서 받는 봉급중 한 시간에 해당되는 돈이 2만원인데
꼬마에겐 그동안 모아놓은 만원과 아빠에게 빌린 돈 만원을 합해서 아빠에게 한 시간을 사려고 한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일주일 내내 아이에게 단 한 시간도 내주지 못할 정도로 바쁘거나
관심을 주지 못하는, 혹은 관심을 주지 않는 인생들을 살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예수님은 온통 관심을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사람들에게 집중하신 분이시다.
그래서 그분을 두고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은 사랑이시다”고 말한다.

참된 왕이 되고 싶다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왕은 돈이 많거나 정치권력이 막강한 사람은 아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무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힘은 권력이나 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힘있게 하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권력이나 재물이 아니라 사랑이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아빠와 함께 보내는 단 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아빠의 사랑이었다.
그것은 아빠가 아빠의 입장에서 벗어나 아이의 처지로 내려가는 것,
아이에게 다가가서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주, 예수님이 바로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와 주신 분이시다.
주님께서는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그 모습은 굶주림의 모습, 목마름의 모습, 나그네의 모습, 헐벗음의 모습, 병든 모습, 감옥에 갇힌 이의 모습이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이 가운데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런 모습들 중에서 일부분은 내가 직접 몸소 체험해 보았던 것이다.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다른 사람이 미워서 아무 일도 안되고 흥분될 때,
굶주리고 목 마르고 헐 벗은 나그네의 처지를 체험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게 태어났다.
어떤 사람은 겉은 멀쩡해도 속이 문제가 있고,
어떤 사람은 겉은 볼품없어도 속이 알차다.

따라서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과신해서도 안되고 남을 없신여겨서도 안된다.
하느님 보시기엔 모두가 다 잘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충실한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부터 긍정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느님께서 내게 다섯 달란트를 주셨든,
혹은 한 개의 달란트를 주셨든 개수가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면서 시기하고 질투 할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남을 시기하고 미워할 수 밖에 없다.
주저 앉아서 신세타령이나 하면서 남의 것을 부러워 한다면
결국 자기가 가진 달란트 마져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는 힘이나 권력이나 능력이 아니다.
사랑이다. 그렇기에 “가진 사람은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기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하느님께서 장기를 두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그 장기판에서 다섯 달란트를 가진 왕이 되어 있든,
한 달란트를 가진 쫄병이 되어 있든 상관이 없다.
그분이 두시는 대로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분이 두시는 장기는 반드시 승리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이 전하듯이 가장 보잘 것 없는 그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느낌을 갖기 위해 인간이 되셨고,
우리와 동고동락하는 편한 친구가 되어 주셨다.
우리가 만나는 친구들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신다.

자기 스스로도 불쌍하다고 연민의 정을 느낄 정도로,
가장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안에 예수님이 계신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은
오늘 복음에서 처럼 남을 도왔던 사람의 모습이다.
그 사람은 예수님께 도움을 드렸다는 사실 조차도 의식하지도 못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님을 도와드렸던 것이다.
그 사람은 남을 돕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도왔던 것이다.

그런 사람은 사랑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비타산적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한다.
예수님은 이런 순수한 도움을 원하신다.
주고 바라지 않는 것, 보답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다.
참으로 예수님이 인정하는 도움은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것 그 자체를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행하고 그렇게 해서 보람 있고, 즐거운 그런 도움이다.

사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은 다른 누가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다.
한 개의 달란트 밖에 없다고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을 저주하고 비관하는 우리 자신이다.

결국 가난하고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 벗은 삶을 살아서 그리스도와 닮은 사람이 된다는 건,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굶주리고 목마른 삶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너희 중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맞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부족한 나를 채우기 위해, 못난 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것이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도우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은 가진 것이 없고 입을 것,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다고 세상을 원망하고 사람을 원망하며 부정적인 모습으로 사는 사람,
어쩌면 우리 자신들인 것이다.
그러니 그런 어둡고 부정적인 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바로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행동이다.

자신의 처지를 가난하게 여기고 아직 이루지 못한 평화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에 굶주리고 목말라 하면서,
진실과 정의와 사랑의 삶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삶을 살 때,
그렇게 사는 우리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본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강생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안에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때, 
지금 이 세상에서부터 그리스도의 왕국이 건설되고,
그분이 그 나라의 왕으로서 군림하게 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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