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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3 조회수584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1.23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주간) 
                                                              
에제34,11-12.15-17 1코린15,20-26.28 마태25,31-46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죽음이 새 생명의 시작이듯 끝은 시작입니다.

오늘 연중 마지막 34주일은 시작이자 끝,
알파와 오메가이신 살아계신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아침성무일도 시
평화의 왕, 그리스도 왕 찬미 노래는 얼마나 힘찼는지요.

“보라, 떠오르는 태양이라 일컬어지는 분을,
  그는 옥좌에 앉아 다스리시며 모든 민족에게 평화를 전하리라.”

“그분은 땅 극변까지 찬양을 받으시고, 평화를 이룩하시리라.”

“만왕의 왕, 군주의 군주이신 예수께, 영광과 주권이 영원히 있으소서.”

이런 그리스도 왕을 모신 우리들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참 좋으신 그리스도 왕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생명의 잔치, 거룩한 미사에 우리 모두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권위 부재의 민주화 시대라지만
권위 없이는 살 수 없는, 진정한 권위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자유와 더불어 무언가 참 권위를 찾아
복종하며 살고 싶어 하는 게 역설적 인간의 갈망입니다.
 

바라볼 대상이 없어 혼란한 세상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 제정되는 1920년대와도 흡사한 오늘의 현실입니다.

1925년 12월 11일 교황 비오11세는
당시 횡행하던 무신론과 세속주의를 경계하여
그리스도의 왕정이 온 인류에 두루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는 뜻에서
이 축일을 제정하셨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바라 볼 중심은
오직 한 분 그리스도 왕임을 온 천하에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원히 바라 볼 중심은 그리스도 왕뿐입니다.
 
이 삶의 중심이자 삶의 의미이신 그리스도 왕을 잃어버려
창궐하는 무신론에 세속주의요, 방황이요 혼란입니다.
 
도대체 믿는 이들에게 삶의 방향이자 목적인
그리스도 왕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큰 불행은 없습니다.
 

우리의 그리스도 왕, 착한 목자이십니다.

결코 위에서 강제로 지시하고 지배하고 다스리는 분이 아니라,
당신 백성 양 떼를 친히 찾아 나서시는 겸손과 자비의 왕이십니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의 착한 목자 하느님의 모습은
그대로 아드님이신 그리스도 왕의 모습입니다.

“나 이제 내 양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

예수님의 한 평생 삶의 요약 같습니다.
 
바로 이런 착한 목자 그리스도 왕을 모시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세속의 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그리스도 왕이십니다.
 
이런 그리스도 왕 같은 분을 대통령으로 모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믿는 모든 이들에게 미치는 착한 목자의 보호요 보살핌입니다.
 
진정 이런 그리스도 왕을 사랑하는 사람들,
착한 목자 그리스도의 왕직에 동참합니다.
 
소외된 이들에 각별한 사랑을 지니고 실천합니다.


그리스도 왕께 대한 사랑은 막연하지 않습니다.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입니다.
소외된 작은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게 최후 심판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너무나 분명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 왕의 다음 판결을 들어보십시오.
그리스도 왕 오른 쪽의 구원 받은 양들에 대한 선언입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자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 들였다.
  또 내가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소외된 작은이들 하나하나가 그리스도 왕의 현존임을 깨닫습니다.


미사 중,
성체에만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작은이들
하나하나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라는 말씀입니다.
 
결국 작은이들 하나하나도
그리스도의 성체라는 놀라운 결론에 이릅니다.
 
작은 이들에 대한 무시나 모독은
하느님께, 성체께 대한 무시이자 모독임을 깨닫습니다.
 
도대체 이런 그리스도의 성체인 작은이들 외면하고는
어디에도 구원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 왕은 높은 옥좌에서 찾을 게 아니라
작은이들 안에서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주님, 저희가 언제...’ 라며 반문하는 의인들,
새삼 그들의 자비행이 얼마나 순수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저 아무런 기대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자비를 실천했을 뿐,
주님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후심판 기준이 전례생활의 충실도,
신심생활의 열심이나 기도도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바로 이게 오늘 복음의 핵심 말씀입니다.
 
소외된 작은이들을 내형제라 하시며
자신과 동일시하시는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나는 과연 어느 쪽에 속할까요?
 
그리스도 왕 오른 쪽의 구원 받은 양들입니까
혹은 그리스도 왕 왼쪽의 구원 받지 못한 염소들입니까?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주변 가까이 소외된 작은이들 모두가
우리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리스도의 현존인 성체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자비 행으로 심판 받는 우리들입니다.


인류 역사상 세상의 모든 제국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어도
그리스도의 왕국인 가톨릭교회는 영원하며,
세상의 모든 왕들은 다 사라졌어도
그리스도 왕은 영원히 우리를 통치합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 까지는
그리스도께서는 왕으로 다스리셔야 합니다.

마침내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드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하여 모든 것이 그리스도 왕께 굴복할 때,
그리스도 왕 역시 모든 것을 굴복시켜 주신 아버지께 굴복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될 것입니다.
 
이미 사랑 실천으로 작은이들 안에서 주님을 만난 우리들,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신 주님을 체험하는
참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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