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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강수진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3 조회수570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강수진
                                    이순의
 
 
 
 
 
아주
아주
아주 오랜만에
호사로운 외출을 했다.
휴가를 온 아들 녀석은
레드와인빛깔 와이셔츠에 회색이면서 검은 빛이 짙은 바탕에 
크리스텔이 빛나는 넥타이를 매며 멋을 부렸다.
그러고 보니
아들 녀석과 함께하는 멋진 외출은
한 번은 강산이 변해버린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어린추억에 마냥 좋은 아들에 비하면
엄마인 나는 일상이 너무나 바빴다.
티켓이 예매되어 있다고
여러 번 여러 번
짝궁에게 알렸지만
짝궁의 출근시간에 맞춰 들어줘야할 시중거리들은
양보가 없었다.
여자들은 그렇다.
남편은 밤을 지새워 고생하러 가는데
여편네는 룰루랄라 흥겹게 나서기가 민망한 심정!
짝궁의 출근시간이랑
공연을 보러 나서야 하는 시간이랑 비슷하다보니.......
 
 
 
 
 
 
 
 

 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타러 바쁘게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들이 커서
신사가 된 팔을 접어 내밀었다.
살포시
그 사랑스러운 구멍에 팔짱을 끼웠다.
<엄마,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나올 걸.
나는 엄마랑 함께 한 이런 외출이 너무나 오랜만이라 근사하게 갖추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허겁지겁 뛰어서 공연시간에 늦지 않으려는 분주함이 내 모습에서
삶의 무게로
생활의 무게로
솔솔
흘러내렸다.
<아들이 이해해. 호강하러 가는 우리를 위해서 고생하러 가시는 아빠가 계시잖아.
엄마는 아빠를 당연히 챙겨드리고 와야 되잖아.>
다 알고, 다 느끼고,
그랬을 아들이지만
그 한 마디 건네 오는 아들의 낭만에 재를 뿌린 어미는 아닐지?
미안한 마음이었다.
 
 
 
 
촬영금지라는 규칙을 준수하고
커튼콜을 하는 중에
겨우 찍어 담은 흐릿한 사진 한 장!
벌써
발레리나 강 수진님께서 불혹이시라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모국의 팬들에게 보여주신 마지막 연기일 것이라는!
그래서 더욱
심장이 시리도록
가슴이 저리도록 볼 수 있었을까?!
아니다.
어린 아들을 끄집고 다니다시피 하며
춤을 보러 다녔었는데
그 아들이 커서
제 손을 내밀고
제 팔짱을 접어주며
운동화 신은 어미를 왕비처럼
에스코트 해 주는 황홀함에
줄리엣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줄리엣이 되어버린 강 수진님도 멋지고
로미오가 되어버린 내 아들도 멋지고.
 
 
 
                                                                                                                         -KBS 뉴스-
 
촬영금지의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이
텔레비전 뉴스의 화면에 비친
꿈같은 순간!
 
 
강 수진님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우리에게 돌려준 사랑이 있었다.
10년 동안의 고통!
아들이 지켜본 부모의 불행한 10년의 일상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아들은 내비치고 있었다.
항상 기도 했었는데.........
<주님, 가족이라는 동거로 인하여, 자식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던 일상의  어려움들을, 겪고, 인내하고, 공유하며 사는 자식의 가슴을 치유해 주십시오. 이미 쏟아버린 물을 부모가 다시 주어 대접에 담은 들 그 물이 담기겠는지요? 주님만이 세상 모든 자식들의 치유자이시며, 세상 모든 부모들의 위로자이십니다. 아멘.>
언젠가는
때로는
아들의 심정으로 본
지난 10년여의 생활들이 발설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아들은 로미오 같은 사랑을 꿈꾸는 청년이 되었다.
줄리엣 같은 처녀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비극보다는 희극인 사랑을 원한다.
귀족은 아니어도 열심히 살아내는 아빠가 근사해 보이기도 하고.
아웅다웅 하면서도 잘도 살아주는 엄마 같은 아가씨를 상상해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크리스털이 박힌 넥타이를 맨 아들과 검정 운동화를 신은 엄마의 데이트는
멋졌다.
 
 
 
 
 
 
                                                                                                     -KBS 뉴스-
 
내 아들이 불혹의 나이를 먹으면
내 아들의 어디에 저런 굳은살이 생길까?
강 수진님은 발에 백인 굳은살의 결과로 
불혹을 맞았다.
나는 어디에 굳은 살이 백여 불혹을 넘겼을까?
 
내 아들은 불혹을 맞으러 간다.
강 수진님은
불혹의 나이에 인생의 절정을 맞고
지도자의 모습을 기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불혹을 훨씬 넘겨버린.......
 
 
그럴 것이다.
내 아들도
강 수진님도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치열했던 시점에서 U턴하여 돌아보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려 하기 보다는
이루었던 것들에서 빠져 있는 부분들을 채우려 한다는 것.
 
 
 
 
 
 
                                                                                                                 -MBC 무릎팍도사-
강 수진님은 배우느라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가르치며 배움을 완성할 것이고,
 
우리 모자
수진님으로 인하여 행복하였으니
수진님께서도 짝꿍과 함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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