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어떤 물건이든 사용권만 있고 소유권은 없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9 조회수536 추천수3 반대(0) 신고
몇 년 전 수업 중에 한 베네딕토 수사(修士)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하는 수도원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빈곤하게 살아야 했으며 또 순종하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아무리 하찮은 것을 살 때라도 원장(院長)의 하락을 받아야 했다.
새로운 셔츠를 사려고 해도 원장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는 펜이나 종이 같은 문구류를 사려고 해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수 년 동안 이렇게 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새로운 셔츠를 사는 데도 허락을 받아야 되니
바보처럼 생각되고 어린애처럼 느껴졌습니다.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집을 사고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수도원이 나를 어린애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하고 말한 후에
이윽고 그의 태도가 누그러뜨려졌다.
“그런데 저는 어떤 물건을 사거나 사용하더라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수도원의 엄격한 규율에 아주 중요한 영성적, 심리적인 원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도 어떤 것을 소유할 수 없고 갖고 싶을 때 갖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선물이며 모든 것을 청해야 하며
원한다고 해서 바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좁은 공간도 감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원장님께 허락을 받을 때에도 어린애처럼 느끼지 않습니다.
아무도 어떤 것을 자기의 소유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다는 깨달으면서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어떤 물건을 사거나 사용하기 전에 하느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수사의 이야기를 듣고 오브라띠 수도회에 처음 들어 갔을 때가 생각났다.
원장님은 믿음이 약하다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우리들로 하여금 라틴어 Ad usam을 받아 쓰게 했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책 안에 있는 내용은 우리 자신이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라틴어는 영어로 번역하면 ‘For use’이다.
책을 사용하라고 우리들에게 나눠 주지만
결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었다.
실제 모든 재산의 소유권은 다른 데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스포츠 장비나
가족으로부터 받은 물건이나 심지어 화장품과 칫솔에까지 확장할 수 있다.
우리들이 사용은 하지만 우리의 소유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것들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오브라띠 수도원에서 같이 배우던 한 젊은 사람은 마침내 의사가 되려고 공동체를 떠났다.
그는 여전히 가까이 지내는 친구이다. 내가 그의 병원에 가서 의학서적을 한 권 집었다.
책 표지를 넘기니 거기에는 Ad usam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에게 왜 그 라틴어를 썼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제 종교적인 규율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가난을 맹세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때 원장님이 우리들에게 가르치신 그 원칙에 따라 살고 있다네.
결국 우리는 죽을 때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못하지 않나.
내가 이 책들을 내 돈을 주고 샀지만 결코 나의 소유는 아닐세.
임시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네. 아무것도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지 않는가?
나는 이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네.”
 
 우리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지며 갖고 싶다고 바로 가질 수도 없다는
불변의 진리가 영성과 도덕과 참된 인간관계의 기초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곧잘 잊어버린다.
우리의 생명도 선물이며 우리가 숨쉬는 것도 선물이며 우리의 몸도 선물이며
우리가 먹는 음식도 선물이며 우리에게 주어지는 사랑도 선물이며 친구도 선물이며
재능도 선물이며 우리들이 사용하는 칫솔, 셔츠, 연필, 펜, 의학서적은 선물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사용하기 위하여 갖고 있을 뿐이므로
결코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사거나 사용하려고 할 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수도원 원장이 있어야 한다. 그 수도원 원장은 바로 건강의 비결이다. 
 
우리가 연약하게 느끼거나 뜻밖의 사고를 만나게 되면 이 진리를 느끼게 된다.
역으로 강하게 느끼거나 자신의 힘을 알 때에도 이 진리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진리를 곧잘 잊어버리고 소유하려고 한다.
새로운 칫솔을 사거나 새 옷을 살 때 허락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롤하이저 신부님의 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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