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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37) 새끼 맵새의 날갯짓 / 이길두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8 조회수766 추천수6 반대(0) 신고
 
 
 
 
 
11월 셋째주 연중 제33주일 평신도 주일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마태 25, 14- 30)
 
 
 
                         새끼 맵새의 날갯짓
 
 
                                                       글 : 이길두 (충주 목행동성당 주임신부)
 
 
성당 길 건너에 큰 강을 낀 넓고 푸른 잔디밭이 있다.
바람 많이 불던  어느 날 조금 우울한 기분으로 그곳에서 혼자 운동을 하고 있는데
청둥 오리 두 마리가 잔디밭에 올라와서 함께 걷고 놀고, 하늘에는 새끼 맵새 한 마리가 비행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인지 새끼 맵새는 내가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 하늘에서 날갯짓만 하면서 흔들흔들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도 한 시간 넘게 연신 날갯짓만 하고 위치를 이동하지 않아 운동을 하다말고 유심히 하늘을 지켜보았다.
 
바람이 세게 불면 1분 정도 밀렸다가도 다시 더 큰 날갯짓으로 제자리 찾기를 계속했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어느 순간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날갯짓도 없이 움직이지도 않고  하늘에 점으로 멈춰 있었다.
 
비로소 맵새는 바람과 하나가 된 것이다.
 
하늘과 하나가 된 것이다.
 
 
잠시 후 길가 큰 나무에서 지켜보던 어미 맵새가 새끼 새와 함께 바람을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새들에게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 공부하기 제일 좋은 날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에 의지하는 것보다 바람을 제일 잘 타는 지점을 알아내 바람에 의지하며 날 때 더 멀리, 더 쉽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걸 배운 것이다.
 
 
신앙은 감상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신앙이 제대로 설 수 없다.
그러나 그 현실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리 본당은 8월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를 새로 만들고 분과 세미나를 가졌다.
 
쉬지 않고 7시간 토론을 했는데 그 목적은 분과별 자리찾기였다.
사목위원으로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 하는 사람인지,
각 부서의 성격과 사도직 활동을 재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세상의 어려움을 살아가면서도 하느님의 자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평신도를 볼 때 행복하다.
 
때로는 세상질고에 힘겨워 날개도 펴기 힘들고,
거센 비바람에 날개가 꺾이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려 떠나갈 수도 있다.
 
그럴 때 엄마 새의 역할을 할 이가 사제요, 사목자일 것이다.
 
 
세상 풍파 속에 살면서도 그 풍파를 피하지 않고 하느님께 초점을 맞추면서 하느님 지점을 놓치지 않는 평신도들이야말로,
거센바람 속에서 하늘을 흔들림없이 비행하는 맵새처럼 이 혼란의 시대를 평화롭게 만들어가는 신앙의 챔피언일 것이다.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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