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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굳이 되돌아가려 하지 않아도 . . .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7 조회수840 추천수10 반대(0) 신고
 
 
 

-  호시노 토미히로님의 그림 -

 

 

   일본의 화가 호시노 토미히로를 소개하면,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방과 후 체육 동아리를 지도하다가 경추손상을 입어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 불운의 사나이입니다.

 

   그러나 그는 불운을 행운으로 바꾼 놀라운 사람이지요.

   그는 장애의 몸으로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수많은 저서를 펴냈고,

   특히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라는 시화집은 200만부나 팔렸고,

   그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지요.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토미히로 미술관에는

   매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저도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오늘 다시 그가 쓴 글 토막을 나누겠습니다.


  
   나는 어릴 때,

   집 근처에 흐르는 와타라세 강에서 소중한 것을 배웠다.

   내가 겨우 헤엄을 칠 수 있게 되었을 무렵이니까,

   초등학생 때였을 게다.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와타라세 강으로 헤엄을 치러 갔다.

   그날은 물이 불어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살도 빨라서,

   큰애들은 건너편 강기슭에 있는 바위까지 헤엄쳐 갈 수 있었으나,

   나는 겨우 개헤엄이나 치는 정도였기 때문에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새 강 한가운데로 너무 들어가 버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내가 있던 강기슭으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물살이 점점 더 빨라지고 친구들의 모습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빠른 물살에 휩쓸려 버둥거리다가 얼마나 물을 들이켰는지 모른다.

   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언제나 바라보던 와타라세 강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푸르스름하게 보일 정도로 수심이 깊은 곳도 있지만

   흰 거품을 일으키며 흐르는 얕은 여울이 많았다.

   아마 지금 내가 휩쓸러 가고 있는 곳은 내 키보다 깊지만,

   물살을 타고 흘러가다 보면 반드시 얕은 여울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래. 굳이 되돌아가려 하지 않아도 되잖아.

   나는 몸의 방향을 180도 틀어서

   이번에는 하류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렇게 빠르게 흐르던 물살도

   어느새 날마다 바라보던 와타라세 강으로 되돌아 가 있었다.

   하류를 향해 얼마 동안 흘러가다가 발로 강바닥을 짚어 보았더니

   그곳의 깊이는 이미 내 허벅지에도 차지 않았다.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때의 무서움보다는

   그 무시무시한 물살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는 기쁨에

   나는 가슴이 벅찼다.


   부상을 입고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앞날에 대해서나 지난날에 대해서 생각하며 괴로워하다가,

   문득 급류에 떠내려가면서 본래 있던 강기슭으로 헤엄쳐 가려고

   발버둥치던 내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굳이 거기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되잖아....

   쓸려 내려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야.


   그 무렵부터, 나를 지배하던

   투병이라는 의식이 조금씩 옅어져 간 듯하다.

   걷지 못하는 다리와

   움직이지 않는 팔만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면서 살아가자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그 때!

   별 생각 없이 읽어 넘기던 성서 구절이 마음속에 울려 퍼졌답니다.


 
“그분은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여러분이 시련을 당하도록

   묵인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시련과 함께 그것을 견디어 낼 방도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1 고린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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