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변두리에 가난한 부부가 살았다.
"당신, 오늘 알죠?
이른 아침에 아내의 머리 위에 옥수수가 담긴 함지를 올려 주며 남편이 대답했다.
"알았어. 일찍 끝낼 테니 걱정 말라고."
남편은 시장 통에서 손수레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짐꾼이었고
아내는 옥수수를 쪄서 시장에 내다 파는 행상이었다.

그날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초여름 뙤약볕 아래 좌판을 벌이고 옥수수를 파는 일은 참으로 고단했지만
아내는 한 푼 두 푼 돈 모으는 재미로 힘든 줄 몰랐다.
아내는 다른 날보다 일찍 장사를 끝낸 뒤
남편을 위해 선물을 사고 고기며 찬거리들을 한 아름 장만했다.
많은 짐을 머리에 이고 힘겹게 기다리는 아내를 버스는 번번이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집까지는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아내는 하는 수 없이 걷기로 했다.
순간 설움이 북받쳐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한편 남편은 아내가 밤늦도록 오지 않자 속상했다가 화도 났다가 끝내는 안달이 일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내가 보였다.
남편은 얼른 손수레를 끌고 달려가 짐부터 받아 실었다.
"아니, 왜 이렇게 늦었어?"
왜냐는 그 다그침에 아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짐이 많아서 차를 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말에 남편도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내색도 없이
애써 웃으며 아내를 번쩍 안아 손수레에 태웠다.
"자! 여왕님,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남편이 끄는 낡은 손수레, 퉁퉁 부은 발만큼 마음이 부어 있던 아내에게
그것은 세상 그 어떤 차보다 안락한 자가용이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무거운 짐은 누구에게나 있다.
가족의 생계에 대한 부담으로 어깨에 지워진 많은 짐이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한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삶의 짐을 진 사람은
‘내 멍에를 메어라.’라며 다 당신께 오라고 하신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사람들은 가끔 자신만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 자신이 다른 누구의 등에 타고 있는 사실을 잊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짐의 일부를 짊어지시고 계시다.
이렇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우리 어깨에 놓인 짐을 가볍게 지고 갈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길 것이다. 

어떤 착하디착한 고아가 어렵게 살다가 죽어서는 하느님의 품에 안겼단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일생을 보여 주셨는데 그건 바닷가 모래사장에 새겨진 발자국이었다.
두 개씩 새겨진 발자국이 길게 새겨지다 어느 한 곳에 이르러서는 하나씩만 새겨져 있었다.
그는 하느님께 따져 물었다.
‘하느님! 저 때는 제 일생 중에서 가장 힘든 때인데
어째서 발자국이 하나만 새겨져 있나요?’라고 묻자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얘야, 저건 네 발자국이 아니라 내 것이다.
저 때는 내가 너를 업고 건너가서 하나씩만 새겨진 것이란다.” 

때로는 우리의 짐은 무겁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당신 멍에를 메란다.
그리고 그분을 닮으라신다.
그러면 안식을 얻고 편해진단다.
그분의 짐은 대단히 가볍단다.
멍에를 메고 뭘 배워야 할까?
아니 그분은 뭘 가르치실까!
사랑일 게다.
사랑만이 그분에게서 배울 수 있다.
끝없이 주는 사랑이리라.  

신앙의 해다.
그분의 멍에는 편하고 짐은 정말 가볍다.
세모의 찬바람이 곳곳에서 세차게 불고 있다.
우리는 그분의 편한 멍에를 메고 그분에게 배운 사랑을 안고 이웃을 찾아 나서자.
착한 고아의 어려운 삶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고
도시 변두리의 가난한 부부의 사랑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