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명의 물 / 허영엽 신부님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4 조회수472 추천수4 반대(0) 신고
생명의 물

-허영엽 신부-


 "내병이 낫기를 기도하지 말고 죽음의 문턱에서도 내가 믿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해 주게나.” 보좌신부 시절 본당 근처에 사셨던 한 은퇴 신부님은 매달 봉성체를 한 후, 나에게 고해성사를 보셨습니다. 하늘같은 대선배(?) 신부님께서 햇병아리 새 사제에게 무릎을 꿇으시고 고백을 하셨습니다. 그 신부님의 고해를 듣고 짧게라도 훈계를 해야 하는 것이 저에게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신부님은 머리를 숙이시고 제 훈계를 열심히 들으셨습니다. 진땀을 빼고 사제관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그분의 깊은 신앙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께서 힘겹게 말씀하셨습니다. “허 신부! 난 요즘 들어 밤에 너무 고통이 심해서 하느님을 많이 원망해. 고통이 심해지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버리고 싶을 정도야. 내가 진짜 무서운 건 고통 때문에 내 신앙을 버릴까 봐 두려워. 그러니까 허 신부가 미사 때 날 좀 특별히 기억해 줘. 요즘 눈을 감으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목마르다고 외치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나는 그 신부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고통 앞에서 누구나 먼지같이 무력한 존재라는 것, 사제의 삶은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한순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얼마 후 신부님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당신의 믿음을 위해 기도를 청하던 말씀이 많은 시간이 흘러간 지금도 내 마음을 때립니다.

인간은 아무리 건강하고 돈이 많고 높은 지위를 차지하더라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인간은 영원을 추구하는 존재이므로 우리의 영혼은 늘 목이 마르고 갈증을 쉽게 느낍니다. 인간 구원에 대한 목마름은 세상의 어떤 가치로도 만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인간의 죄 많고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켜 주시는 분이라고 스스로를 계시하십니다.

예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깊은 갈망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그래서 그녀는 파탄과 자포자기의 늪에서 희망의 빛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인간의 영원한 갈망을 채워 주고 생명을 주시는 참된 샘물입니다. 주님은 우리 신앙인을 올바른 인생의 방향으로 흐르게 하십니다.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된 신자들은 구원과 생명의 샘에 더욱 깊이 잠기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은 어떤 고통과 시련이 닥쳐도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생명의 물을 흘러넘치게 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생떽쥐베리는 ‘어린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외로움에 지쳐 있고 고통의 갈증을 느끼는 우리에게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물이 있다. 나에게 와서 사랑과 기쁨과 행복의 샘물을 마셔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