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월 24일 사순 제3주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4 조회수715 추천수12 반대(0) 신고
 

  2월 24일 사순 제3주일 - 요한 4,5-42<또는 4,5-15.19ㄴ-26.39ㄱ.40-42>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평생의 갈증을 채워주실 분>


   연례피정 중에 이 묵상 글을 씁니다. 피정에 오기 전까지 피정에 대한 기대도 컸었고 계획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꼭 신구약성서를 한번 통독해야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솔길도 마음껏 걸어야지. 피정 때 식사도 잘 나오는데, 오랜 만에 영양보충도 좀 해야지. 광야체험의 날엔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갯바위로 가서 씨알 굵은 우럭도 좀 건져 오랜만에 회 맛도 좀 봐야지.'


   그런데 하느님 계획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모든 계획을 접게 하시고 특별 개인 피정을 시키시더군요. 고통 피정을 말입니다.


   피정 시작한 날부터 난생 처음일 정도로 지독한 독감에 걸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뼈마디 하나, 하나가 다 쑤셔대면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가 하면 즉시 한기가 다가와 이빨마저 자동으로 딱딱거립니다. 즉시 이불을 안 덮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몇 분 지나지 않아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하지요. 그때부터는 입술이 바싹 마르면서 지독한 갈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고맙게도 한 형제가 날라다준 식판에 여러 가지 먹을거리가 있었지만, 시원한 물 한 그릇이 제일 먼저 제 눈에 띄었습니다. 제게 정말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한 그릇의 물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그 물 한 그릇은 제게 그야말로 생명의 물이자 구원의 물 한 그릇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땅을 지나가시다가 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납니다. 여인에게는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기구한 운명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마음 한가운데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지독한 사랑의 갈증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그 허전함과 갈증을 채우려고 여인은 끊임없이 이 남자 저 남자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남자를 다섯 명이나 바꿔보았지만 그래도 여인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동네 사람들은 그 여인의 문란한 사생활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그 여인을 만날 때마다 얼굴을 피한다든지 멀찍이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저런 더러운 여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지금 남편이 도대체 몇 번째야?"


   그래서 그 여인은 여간해서는 밖으로 나다니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물 없이는 살수가 없었기에 사람들이 물 뜨러오는 아침 ,저녁 서늘한 시간을 피해 뜨거운 한낮에 물을 길으러 온 것입니다.


   그렇게 그 여인은 예수님과 운명적 만남을 가집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예수님께서 그 가련한 여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여인의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죽음과도 같은 갈증을 채워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상하신 예수님과 '참 만남', '일생일대의 은혜로운 만남'을 통해 여인은 서서히 자신이 처한 비참한 실상을 파악해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채울 수 없는 갈망을 채워주실 분이 바로 자기 앞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선생님이야말로 제 평생의 갈증을 채워주실 분이십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우리 삶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만났다는 점에서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분은 아무리 퍼내도 언제나 시원한 샘, 영원한 구원의 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그분은 우리 인생의 여러 길목에서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 자신의 실상을 파악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우리에게 건네주시려고 시원한 샘물이 가득 담긴 물동이를 손에 들고서 말입니다.


   너무나 돌고 돌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예수님을 찾게 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도 불행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진면모를 한 순간이라도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우리는 훨씬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번 사순절,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한 번 예수님과 은혜로운 만남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예수님 그분과 '참 만남'으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이 우리 삶을 스치는 순간, 우리 인생은 점화된 촛불처럼 의미와 활기를 지니기 시작합니다. 예수님 자취가 우리 삶에 각인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 번 영적 여정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는 순간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우물가의 여인처럼 / R. Blanchard/ 최현수 노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