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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용서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3 조회수514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용서
                이순의
 
 
 

 
살아온 모습이네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요?
 
 
 

 
 쓸모있는 것은 불려가고 쓸모없는 상처들만 남아 버려지고, 썪고,
 
 
 
 
 

 
저 구멍을 누가 채워준다면 다시 채워지나요? 안되겠지요?
 
 
 
 
 
 
 

 
 쓸 곳이 없으니 불이나 지펴야 될 것 같습니다.
 
 
 

 
으와~! 너무 심한 상처입니다. 
 
 
 
 

 
곱습니다. 나이도 제대로 드셨고요. 잘자랐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여 치유될 가망이 없으니, 누가 그 마음을 알리오? 내가 바로 마음을 살피고 속을 떠보는 주님이다. 나는 사람마다 제 길에 따라 제 행실의 결과에 따라 갚는다.
_예레미아17,9-10_
 
나무의 단면을 보고있자니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심정으로 이 사진들을 찍었었다. 그런데 지난 대보름 날에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행실의 결과는 기쁨이어야한다.>고 하셨다. 
 
사순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사순시기의 거의 모든 화두가 용서, 화해, 회개로 초점이 맞춰진다. 
무엇을 용서할 것인가?
무엇을 화해할 것인가?
무엇을 회개할 것인가? 
 
그런데 문득 나무의 단면들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내가 화해를 청한다고 화해 될 것인가?
그것이 나의 회개로 이어질 것인가?
 
참으로 기이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은 참으로 이상한 습성이있다.
용서를 청하고 싶으면 미안하다고 하면 될 것을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온갖 트집을 다 잡아 음해를 한다. 그리고 미안한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하지 않은 트집은 트집일 뿐인데 몰라준다고 악담을 한다. 
 
화해도 그렇다. 예전처럼 대우 받고 싶고, 친해지고 싶으면 대우해 주면서 우리 다시 친해지자고 하면 앙금도 없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그런데 대우해 주기는 싫은데 친해지고는 싶고, 친해지더라도 말로 받고 종지만큼도 주지 않았던 그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서 친해지고 싶은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으면서 친해지고 싶고 화해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상대를 모함하고 음해까지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회개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헛믿는다고 신성모독까지 동원한다. 그렇다면 상대는 어떻게 회개해야 되는 것일까?
 
그런데 저 나무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누구도 자신을 용서해 줄 수 없고, 누가 자신과 화해 할 수도 없어보인다. 치유는 오직 내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내가 행한 행실이 나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용서받을 수 있는 만큼의 행실을 했어야하는 것이고, 누군가와 화해를 하기 위해서도 자기 자신에게 만신창이의 상처를 내고는 어렵다는 묵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용서하고, 그와 화해를 한 후에 회개가 이루어질 조건이라면 얼마나 모순일까?
 
 
    

용서를 하고 싶어도 그 상처가 이 나무들의 옹이처럼 박혀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러니 예레미아는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여 치유될 가망이 없으니, 누가 그 마음을 알리오?>라고 말씀 하셨는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바라는 게 없으면 남에게 상처줄 일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가난하다고 하여 나에게 온갖 악설을 다 품은 사람은 내가 제 부유함 앞에 굽신거리기라도 하기를 바랐던가 보다. 내 짝꿍이 못나다고 하여 내 자식조차 못나기를 바랐던가보다. 내가 가난해도 그냥 그대로 산다는데, 내 짝꿍이 못난이라도 내 자식이 천치라도 그대로 산다는데, 무슨 이익이 그렇게도 많아서 흠 잡을 게 그리도 많았을까? 막상 용서를 하려고 해 보니 내가 용서할 지경조차 지나버렸더라. 화해를 하려해 보니 화해로 저기 저 나무의 옹이들을 지워줄 방도가 없더라. 내가 용서해 줄 수도 없고, 내가 화해해줄 수도 없는데, 회개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러니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내 가슴에 져미어 들리는 수 밖에!
<.......먼지가 쌓이고 마른 시래기는 그대로 두면 부서지는 쓰레기 같지만 물을 먹으면 부드러워지고 쫄깃쫄깃하며 맛있는 식재료로 변화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나면 정말로 우리 안에 부드러움으로 변화되어 깨달음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행실의 결과는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삶의 기쁨 속에 사는 사람은 축복이 있습니다. 골방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골방에서 기도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김범연신부님-> 
 
 
 
 
 

 
 
먹줄도 줄자도 톱도 짜구도 다 제 만족이 있습니다. 힘세다고 짜구가 톱에게 넓적하기만 하지 힘도 못 쓴다고 흉보면 짜구가 우숩거든요. 그런데 인간세상에서는 힘센 짜구가 흉을 보면 먹줄이랑 줄자도 같이 흉을 본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_루카8,30-31_  
 
사순시기동안 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내 행실이 내 마음에 기쁨이되고 축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안하면 그냥 미안하다고만 하겠습니다. 거기에 악담은 첨부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하면 그냥 감사하다고만 하겠습니다. 거기에 제 잘난 것들을 살로 붙여서 변명하는 감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야 저 나무들처럼 뽑지도 못할 옹이들을 제 가슴에 심어두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야 용서도 받을 수 있고, 화해도 청할 수 있고, 회개도 가능할테니까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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