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14 조회수9,135 추천수11 반대(0)

신학교에서 졸업을 앞두고 종합시험을 보았습니다. 7년 동안 배운 것들을 신학, 철학, 성서, 교회사, 심리학, 교회법과 같은 것을 종합해서 시험을 보는 것입니다. 과목도 많고, 분량도 많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공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동료들은 각자가 맡은 부분을 요약해서 대표에게 제출하였고, 대표는 요약된 내용을 수정해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너무 자세하게 요약을 하였고, 어떤 친구는 너무 간단하게 요약을 하였습니다. 편집을 맡았던 친구는 다시 한 번 정리를 하여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한권의 책으로 요약된 자료를 가지고 공부를 하였고, 무사히 종합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종합시험은 그동안 배웠던 학문에 대한 정리의 효과도 있었지만 같은 반 동료들의 협력과 단합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공동체의 삶이고, 신앙인의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부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5주 동안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정리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부활 제1주일에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막달레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앙의 첫 번째 조건은 갈망입니다. 소경은 예수님께 자비를 청하였고, 예수님께서는 소경이 볼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이방인인 여인은 강아지는 상에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는다고 하면서 예수님께 자비를 청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방인 여인의 딸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었고,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집과 가족은 구원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갈망이 일구어낸 놀라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도의 한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앞에는 거센 물결이 이는 큰 강이 있었고, 뒤에는 높은 산이 있었던 마을입니다. 사람들이 아프면 앞에 놓인 강 때문에, 뒤에 있는 산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동네의 노인이 손에 망치를 들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산에 터널을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무모한 일이라고 노인을 말렸고,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내가 하다가 못하면 자식들이 할 것이라고 하면서 묵묵히 터널을 만들어갔습니다. 60년이 지난다음 드디어 마을의 산에는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터널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아프면 그 터널을 통과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갈망이 만들어낸 일입니다. 과연 나의 삶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는지, 과연 나의 삶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부활 제2주에서 예수님께서는 토마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되다.’ 예수님의 부활은 물리적인 탐구의 대상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논리적인 연구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식과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신앙의 문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늘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겨자씨와 같은 믿음만 있어도 능히 큰일을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나병환자에게도, 중풍병자에게도, 소경에게도 단 한 가지만 요구하셨습니다. ‘믿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믿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서커스에서 공중 그네를 타는 사람은 자신을 받아 줄 사람을 믿어야만 그네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다면 아름다운 묘기를 보여 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신용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화폐는 신용이 없다면 종잇조각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카드는 신용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약속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부활 제3주에서 우리는 엠마오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제자들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예수님과 함께 빵을 나누었을 때 가슴이 떨렸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엠마오는 어느 장소가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과 함께 빵을 나누는 것이 엠마오입니다. 하느님 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가는 곳도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나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바로 미사입니다. 미사가 바로 오늘날의 엠마오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사제는 예수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통해서 사제는 빵과 포도주를 축성합니다. 사제의 손으로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바로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성체성사를 정성껏 집전해야 합니다. 신자들은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말씀을 묵상하고, 삶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사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 엠마오는 가서 복음을 전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부활 제4주에서 우리는 착한목자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착한목자는 양들의 음성을 듣고, 양들의 이름을 안다고 하셨습니다. 양들도 목자의 음성을 듣고, 목자를 따른다고 하였습니다. 사제는 양 냄새가 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양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사제가 세상의 것들에 취해 있으면 결코 착한 목자가 될 수 없습니다. 강론을 성심껏 준비하고, 성사를 거룩하게 집전하고, 사제를 필요로 하는 신자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신자들은 무엇보다 주일미사를 성심껏 지켜야 합니다. 교회에서 실시하는 교육, 피정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정에서 함께 기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첫 본당에서의 추억입니다. 신자들이 많지 않았던 본당입니다. 약수터에서 물을 떠서 신자들이 마실 수 있게 하였습니다. 주일이면 성당의 주보를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였습니다. 마당의 휴지도 줍고, 가끔은 봉고차로 신자들을 모시러 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착한 목자는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야 합니다.

 

부활 제5주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길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전용도로도 아닙니다. 벗이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까지 함께 가주는 희생의 길입니다. 자갈과 가시밭을 정리하는 개척의 길입니다. 권력의 길이 아닙니다. 명예의 길이 아닙니다. 성공의 길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이 드러나는 길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길입니다.

생명은 나만을 위한 생명이 아닙니다. 타인의 생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임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죄인일지라도, 아픈 사람일지라도, 외로운 사람일지라도,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이방인일지라도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태어난 생명입니다.

진리는 남을 구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를 남을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잘못된 신념과 가치를 진리인 것처럼 포장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나와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였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였고, 사람들을 재판하였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벗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치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입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죽음을 넘어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는 신앙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함께 가는 것입니다. 말로는 예수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고백하면서 행동은 다른 길을 찾고, 다른 진리를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은 우리 인생의 내비게이션입니다. 우리의 삶의 이정표입니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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