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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올라가는 길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0 조회수562 추천수13 반대(0) 신고

 

 

 

복음: 마태 20,17-28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이었다.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가 다가와

아들 하나는 오른쪽에

아들 하나는 왼쪽에

앉혀달라고 청한다.

 

다른 제자들 보다 

윗자리에 올려달라고 한다.

아들을 둘이나 바친(?) 어머니로서

그정도 요구해도 무리가 아닐 듯 하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제자들은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긴다.

 

자신들과 아무 상관없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속을 드러내고 말하지 않았다 뿐이지,

자기 자리를 넘겨다 보고 있는 것처럼 기분나빴다.

 

아니 벌써 자리를 뺏긴 것처럼 분했다.

애들도 아닌데 어머니까지 동원했다는 것이 더 야비했다.

형제 둘이 함께 들어온 사람도 저들 뿐은 아니다.

이래저래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모두들 예수님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

'무어라고 하실까?'

'저들에게 자리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실까?'

 

"그 자리는 내가 정해주는 자리가 아니다."

"내 잔을 같이 마실 수 있느냐?"

 

마치 어느 집의 초대를 받고,

우루루 들어가 식탁에 앉으시며 하시는 말씀같다.

 

그랬다.

당신 좌우의 자리는 언제나 모두들 돌아가며 앉았다.

위 아래가 없는 그 자리에

별다른 의식도 없이 사이좋게 모여앉았다.  

 

그리고 늘 술잔을 들었다.

식사를 하시기 전, 

감사의 기도를 하자고 선창을 하면,

다같이 감사의 기도를 하고 마시는 잔.

 

매일처럼 행했던 그런 일상사를

평상시처럼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들린다.

 

첨예한 제자들의 시선을 모른 체하고,

숨겨진 저마다의 야망을 누구러뜨리며,

일상의 기분좋은 기억으로 되돌리시는 스승.

 

그리고는 그들에게 이르신다.

가까이 부르셨으니

누가 들을세라 작고 나직한 목소리일 것은 틀림없다.

'무슨 이야길 하시려고 이러실까?'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들의 이야기.

백성들 위에서 세도를 부리는 고관들 이야기.

국민들 사정은 아랑곳 없고 자리싸움만 하고있는 정치꾼들의 이야기.

 

예수님은 늘 하셨던 말씀을 또 꺼내시지만,

제자들도 언제나 개탄해마지않던 이야기였지만,

이번에는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가슴이 묵직해진 기분이다.

두 형제를 쏘아보던 시선도 아래로 쳐질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정곡을 찔린 그들은 예수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만 양심을 찌르는 말씀일 뿐 아니라,

그들이 서야 할 자리를 분명히 정해주시는 말씀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다른 모든 제자들을 섬기는 사람,

다른 모든 동료들의 종이 되는 사람.

그가 바로 첫째요. 그가 제일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말씀은 좋지만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그들의 마음 속에 이런 말이 슬며시 올라오고 있을 때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오, 주님!

 

오늘도 당신의 눈길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열두 제자들의 마음이 바로 제 마음입니다.

 

주님이 올라가신다고 하니

좀더 멋있고 좀더 편하고 좀더 높이

올라가는 길인줄 알았던 제자들처럼 

 

저.역.시.

 

누군가 내 앞길을 차지할까봐 전전긍긍했고,

누군가 먼저 올라가는 듯 보이면,

마치 내 자리나 빼앗긴듯이 속이 불편했습니다.

 

섬기는 일에는 게으르기 한량이 없고

종이 되는 일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주님이 올라가시는 길은 

수난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

이제라도 당신의 뒤를 제대로 따르게 하소서.

 

희생과 헌신의 길이

올라가는 길임을 깨닫게 하소서.

 

섬김과 겸손함이

제대로 올라가는 길임을 

늘 잊지말게 하소서.

 

그럼으로써 얻을 것이라는

약속된 첫자리마저도

염두에 두지 않게 하소서.

 

제일 낮은 자리가 제일 높은 자리임을

행여라도 의식하게 된다면  

기껏 행하려는 섬김과 겸손마저도

위선이 될까 두렵습니다.

 




 

 

 

Richard Clayderman- 별밤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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