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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약한 이웃을 섬기는 일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1 조회수436 추천수5 반대(0) 신고
 
 

제가 사는 이 곳 신학원의 Luke 원장 신부님은 영국 출신으로 제가 양팔을 벌려 허리를 감아도

팔이 모자라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로써 한국 신부들은 항상 예의가 바르고 부지런해서

참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이곳에는 원장님 만한 거대한 배를 소유한 또 한 분이 계십니다.

그는 신학원의 굳은 일들을 처리하는 필리핀 출신의 노동자입니다.

오늘 아침 빨래방에 가서 그에게 빨래를 담을 주머니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뭔가 다른 일에 잔뜩 기분이 상해 있었던지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자기는 아무 권한이 없는 사람이니 먼저 빨래 담당인 '리카르도'에게 허락을 받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성탄 휴가 중이어서 부재중이었고 제 방에 배정된 빨래 주머니는 이미 제 방에 있었어야 하는 것이어서

저는 재차 '내 방에 있어야할 빨래 주머니'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다시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럼 기다려'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입니다.

한 5분 정도를 그렇게 서있는 동안 저는 화가 날대로 났습니다.

결국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빨래 주머니를 당장 내놔요. 어서"

그랬더니 그는 영어 욕까지 쓰면서 온갖 인상을 쓰면서 주머니를 던지듯 내게 주었습니다.

욕설까지 하는 그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오늘 일은 결코 잊지 않겠다'하고 빨래방을 나왔습니다.

방에 와서도 그가 내게 한 행동때문에 화가 나서 도대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담배 두, 세대를 연속해서 피우면서 '왜 그 즉시 함께 욕을 해대든지, 아니면 빨래 주머니를 그의 얼굴에 던져버리든지 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까지 했습니다.

너무나 맘이 불편해서 성당으로 내려가 주님 앞에 앉아서 한참을 하소연했습니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네요..."

" ...... "

주님의 음성 대신에 갑자기 빈 성당에 원장 신부님이 들어오셔서 제 뒤쪽에 앉으셔서

신음소리 비슷하게 끙끙거리면서 묵상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이셨던 분이 육신을 취하셔서 인간이 되신 그 분이,

주님의 생과 사를 결정할 수도 있었던 빌라도 앞에서도 당당하셨던 그 분이

저 쪽 제대 한 쪽 구석에 남루한 복장의 노동자들 사이에 벌거벗은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구유에 누워있는 것이 자꾸 제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만약 상대가 원장신부였더라도 내가 먼저 그렇게 화를 냈을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되며 특히 상대의 직책, 직업, 권력의 유무, 성별의 차이, 피부 색깔의 차이...등의 외형상의 차이가

상대를 대하는 내 태도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는데,

과연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지 이번 일을 통해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코 주님처럼 살아가고 있지 못하는 내 삶의 총체적인 용서를 다시 주님께 청하고 싶었고,

결국 주님처럼 약한 모습으로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 필리핀 출신의 주님께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 분의 남산 만한 배를 사이에 두고 다시 웃으며 그 분과 포옹을 나눌때 저는 주님께서 저를 용서하시며

저를 감싸주시는 포근함을 느꼈습니다.

가장 약한 이웃을 섬기며 사는 일이 주님을 섬기는 일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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