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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아이가 천재인가 봐요!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05 조회수436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사는 맛
사는 맛

황창연 신부의 행복 강의
자녀 교육
   
   내 아이가 천재인가 봐요!
  
  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평택 비전동 성당에서  사목할 때  일
이다.  남산만큼 배가 부른  신혼부부 집에 들렀는데  '대한민국',
'대통령', '장군', '판사', '검사'라고 쓴 직사각형 도화지가 거실
탁자 위에 흩어져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 글자
들을 준비했느냐?"고 물으니  "'대통령',  '판사',  '의사' 되라고 
아침마다  읽어줘요."라고  답하는 게 아닌가?  아이의  미래 직
업을 엄마가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이다.
  임신하면 태 안에  신비한 생명체가 자란다는 생각보다는  '서
울대학 씨'가 자란다고 믿는 것 같다.  배가 부를수록 자녀에 대
한 기대가 부푼 엄마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능 좋은 아
이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아이 똑똑하라고  임신 기간 내내 대
학 입시용 수학 문제를 푸는 엄마도 있다.
  요즘은  태아가 2개 국어를  알아듣는다고  영어 좀 할 줄 아는 
엄마는  아침 인사로  "굿 모닝  마이 베이비!"라고 말한다.  이런 
엄마한테 태어난 아기들은  기필코  일류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괴외와 학원에 시달려야 할 것이
다.
  예비 엄마 아빠들이  "아가야,  세상에 태어나면 우주의 기운을 
느끼고 만물을 사랑하면서  자연의 품 안에서  맘껏 뛰어놀고 행
복하게 살아라!" 하고 말한다면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행복할 텐
데 아기를 기다리는 현실은 입시지옥이다.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식물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생혼生魂이
있고 동물은 아픔을 느끼는 각혼覺魂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선
한 일에 기쁨을 느끼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 고뇌하며, 예술작품
을 보면 감동하고, 거룩함을 동경하는 영혼靈魂이 있다.  식물이
나 동물에게 없는  영혼을 가진 자녀에게  고결한 얼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 부모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디언들이  대지의 기운에게 자녀를 맡기듯 우리도  하느님께
자녀가  선한 마음과 바른 생각을 지니도록  보살펴 달라고 기도
해야 한다.
  이이들은  창문 밖에 펼쳐진 온갖  자연의 신비한  합창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싶어하는데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
다.  거실 창문 한쪽에는 '가나다라---'를 붙여놓고  다른 쪽  창
문은  'ABCD---'로 도배한다.  자녀들은  파란 하늘,  뭉게구름, 
촉촉한 비,  함박눈,  꽃,  나무로 꾸며진 자연을  글자로  뒤덮어 
막아버린다.  공부하느라 우주의 숨결을 느낄 겨를이 없다.
  다섯 살까지는 달과 태양의 기운,  산의 정기,  바람소리,  새소
리,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들여 영혼이 성장하는 시기인데
부모는 글자만 가르치려 한다.  사실 언어나 숫자를 인지하는 측
두엽이 발달하는 6살이 되어야 가능한데 글자 공부할 준비가 전
혀 되어 있지 않은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가나다라,  ABCD를 
주입하니 부모나 아이나 헛고생만 하는 꼴이다.  2010년 기준으
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99퍼센트 아기들이 학원에서선행학습
을 한다.
  다섯 살이라면  할미꽃의 부드러움, 라일락꽃 향기,  겨우내 언
땅을 녹여내는 봄  아지랑이,  들판에 핀 보리,  강아지풀의 푹신
함을 느끼며 영혼을 맑게,  마음을 예쁘게 키우는 시기인데 딱딱
한 책상과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글자 공부를 시작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한 살부터 피나는 노력으로  공부해서 다섯 살이 되면
한글을 띄엄띄엄 읽기 시작한다.
  흥분한 엄마 아빠는  '드디어!  우리 집에 천재 태어났다.'는 기
쁨에 아이를 성당에 데리고 와서  "신부님!  우리 아이가  천재인
가 봐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글자를 척척 다 읽어내요!  안수 기
도 좀 해주세요!"  부탁하면  나는 아이 머리에 손을 얹고 이렇게
기도한다. '이제 네 인생 종쳤다!'

  서머힐Summerhill 학교를 세운 닐A. S Neil, 피아제 J. PIAGE
-T, 몬테소리M. Montessori 같은 유아 교육가들은 다섯 살까지 
글자나  숫자같은  고정적 개념을 주입하면  아이들 뇌기능이 더 
이상 발달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다섯 살 이전에는 공부가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기 알맞은 시기다.  공부 가르치겠다는 지
나친 욕심에 자녀에게  우주와 자연을 빼앗아  자녀의 심성과 뇌
가 멍들어 가는 걸 부모는 모른다.
  요즘은 자녀가 한글을 다 배우고 입학하니  선생님이 존경스럽
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선행학습으로 오히려 교실 붕괴 현상
이 일어난다.
  부모는 자녀가 한 살부터 다섯 살까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껴안아 주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
보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데  한 글자라도 더 가르치
려는 욕심에 안아주는 일도, 놀고 싶은 아이의 욕망도 외면해 버
린다.
  유아시절에 한글도 척척, 영어 단어도 솰라솰라 천재처럼 읽어
낸다 해도  놀고 싶은 욕구를 무시당하면 어른이 되어 폭력 - 음
주 - 게임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이미 영혼이 망가진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무능력하고 게으르며 컴퓨터 게임만 하면 부
모는 아이를 미워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독일은 150년 전 세계 최초로 유치원을 시작한 나라다. 유치원
을 시작한 프뢰벨F.W.A. Froebel은  '어린이들을 숫자와 글자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뛰놀게 하라.'고 가르쳤다.  프뢰벨의 뜻에 
따라 독일은 숲 속 유치원을 700군데나 운영한다.  숲 속 유치원
에는 건물이 없다. 당연히 컴퓨터 - 장난감 - 글자판도 없다.
숲에서 만나는  자연이  장난감이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을 
온 몸으로 느낀다.
  겨울에는 눈과 뒹굴고,  여름에는 비와 놀며, 맑은 날은 달팽이,
개구리,  새 깃털,  예쁜 돌, 나뭇가지, 꽃, 버섯, 사슴,  다람쥐와 
어울려 논다.  나무에 그네 매달아 놀고,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일이 수업이다.  유럽 유아 교육가들은, 친구들과 선생님과 하루
네 시간쯤 숲에서  신나게 놀면서  자란 개구쟁이들이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공부한 유치원생들보다  상상력 - 친화력 - 집중력 
-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요즘 세계교육은  글자만 가르치는  두뇌교육보다  자연체험과
자립심 - 협동심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추
세로 변하고 있다.

  "신부님!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봐요!"  자랑하던 부모들은 10
년 후 다시 만나면  덩치가 산만 해진 아들을 째려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신부님!  내 아이는 머리는  똑똑한데  노력을 안 해요!"
아직도 자녀가  천재라고 믿는 모양이다.  인간은 학교 공부하기
위해서만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는데 부모들은 공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학년이 올라가는 자녀들을  입시지옥으로 서서히 몰아간
다.
  다섯 살짜리 조그만 어깨에  서울대학 합격이라는 짐을 지우는
건 너무 무겁고 잔인한 형벌이 아닐까?  다섯 살은 엄마 아빠 품
에서 깔깔거리고 뛰어다니며  조막만 한 손으로  온 세상을 만지
작거려야 할 나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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