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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앙의 원인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05 조회수534 추천수8 반대(0) 신고
 
 

 

 

 

 

말씀: 2 사무 15,13-14.30; 16,5-13ㄱ

 

 

한때는 수 천이 사울을 따랐지만,

언제부턴가는 수 만이 다윗을 따랐다.

 

그 때문에 사울에게 시기를 받아 목숨이 위태로왔던 적도 있었다.

그 때문에 결국 왕위를 물려받기도 했다.

 

그랬던 군중들의 마음이 이제는

압살롬에게 기울어졌다.

군중들은 늘 새로운 별을 원한다.

 

 

네 주위를 둘러싸고 칭찬과 환호를 보내고 있는 

그 사람들의 마음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시는군요.

저도 그럴거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종종 목을 빼고 있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백성의 마음이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둘러 미련을 거둬들이고 떠날 차비를 차리는 다윗에게서

 

훌훌 자리를 털고 한발 물러나서 사태를 파악하고 

적당한 때를 기다리라고 하시는 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

 

 

 

아, 다윗도 미련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그는 예루살렘 도성이 바라보이는 올리브 고개를 오르며 울었다고 하네요.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걸었다고 하네요.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다윗과 행동을 같이 했다고 하네요.

 

찢어지는 고통을 억눌러야 했던가 봅니다.

머리를 가려야했던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나봅니다.

맨발의 각오로 시작하려는 필사적인 의지도 필요했을 겁니다.

 

앞으로 나가야 할 때, 뒤로 물러나야만 하는 것.

그것은 분명히 아픔입니다.

 

그래도 다행이지요.

부끄러움을 막아주고, 슬픔을 풀어주고

억울한 하소연을 들어줄 진정한 동지들이 있다면

인생 아주 헛살은 것은 아닐 겁니다.

 

다윗과 츠루야의 아들들.

그들은 지금은 동지이나, 이후에는 조금 달라질 테지요.

 

저의 삶에도 역경 때마다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순간에는 진정한 동지였던 그들이

더러는 남고 더러는 갈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성을 가질 수 없다고 하는가요?

그래서 인간은 유한하다고 하는가요? 

그런 일들 때문에 누구에게도 집착하지 않는 법을 배우긴 했지요.

 

한가지를 배울 때마다 아픔이 따르는 것이 순리일까요?

하기야 지평이 넓어지려면 때마다 자기 부정이 따라야한다고

누군가 말씀하시더군요.

 

그래도 저는 매번 같은 일을 당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저 좁은 한계 속에서도 좋고 기쁘고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싶지요.

 

 

쫓겨나는 다윗을 보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울 집안의 친척인 시므이가 기다렸다가 저주를 퍼부으며 돌을 던집니다.

다윗을 살인자요 무뢰한이라고 부르면서요.

지금 다윗이 겪는 재앙은 바로 사울의 왕위를 차지한 댓가라는 것입니다.

 

 

살아가다보면 원수 질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

일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사람도 있었겠지요.

 

 

고통 중에 있을 때야말로 그런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할 기회라는 말씀이지요?

재앙 중에 있을 때야말로 그런 사람들의 한을 생각하며 용서를 구할 기회라는 말씀이지요?

 

저도 잘 생각해보면, 무의식적으로 피해를 입힌 사람은 모른다해도,  

의식적으로 상처를 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비록 그들이 먼저 준 상처에 대한 보복이었다 할지라도

왜 그들이 내게 상처를 입히려고 했었는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울분을 느낀 다윗의 신하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나섭니다.

가서 시므이의 머리를 베어버리겠다고 다윗의 허락을 간청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개인의 문제라고 하네요.

게다가 지금 자신이 당하는 재앙은 주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하고요.

 

내가 당한 억울함에 동조를 해주는 동지가 있다면,

그 사람이 나서서 보복을 해주겠다고 한다면,

그 얼마나 고맙고 은혜로운 일일까요?

 

그러나 다윗은 그들을 제지하고 자신의 문제로 국한시키며

더구나 그 일은 주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본성적인 인간의 마음을 벗어난 다윗의 태도와

조그만 억울함에도 목청을 돋우며

온 주위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성토하는 내 모습을 대비해봅니다.

 

잠을 설치며 복수를 꿈꾸는가 하면, 그런 일을 허락한 하느님께 

걸핏하면 시비를 걸고있는 내 모습을 겹쳐봅니다.

 

 

재앙의 근원은 자기 배 속에서  나온 자식 때문이라고.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야, 더구나 앙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냐는 

다윗의 말도 저의 뱃속을 후빕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것들 속에서 자기의 본 모습을 조망하고 있는 다윗.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성찰하고 있네요.

자신의 진면목을 바라볼 때,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네요.

 

 

돌이켜보면 내 재앙의 근원도

내 뱃 속에서 나온 생각과 말과 행동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무심한 생각과 날카로운 말과 어리석은 행동들이 되돌아 와

순탄히 앞을 나아가는 자신을 가로막는 큰 화근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탄원이 하늘에 닿아 내 머리에 떨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저주를 퍼붓는 시므이를 내벼려 두라고 하는 다윗.

그의 마음이 다 풀리고 나면, 역전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만들어주는 역전의 상황이 아니라,

바로 그런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에게서 오는 긍휼 때문에 오는 것임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진 빚, 사람에게 끼친 한이 다 풀리면,

비로소 주님께 자비를 바랄 처지가 되리라는 것.

비로소 주님이 재앙을 복으로 바꾸어주시리라는 것.

만물의 근원이시고 만인을 살피시는 주님께 오로지 해결책이 있음을 알고 있는 다윗입니다.

 

 다윗은 그러한데, 늘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주님을 가까이 모시고도

그분의 힘과 능력에 의탁 하지 않고, 언제나 먼저 자신의 힘으로,

동지들을 규합하여 해결하려는 한심한 저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주님, 다윗의 재앙을 통해 오늘 저에게 말씀해주시는 주님.

살아오는 동안 저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제가 끼친 그들의 한을 부디 다 풀어주시고,

불쌍하고 우매한 저에게도 한 줄기의 자비를 내려주소서.

 

 

 

 

 

  


사진: 해리 켈러핸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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