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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초가 삼간도 (한희철 목사)
작성자최학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4 조회수522 추천수1 반대(0) 신고
 

초가삼간도    한희철 목사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회귀본능에 대해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연어의 회귀일 것입니다. 어릴 적 동해안 하천을 떠난 연어들은 멀리 알래스카와 베링해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 거리가 자그마치 4만여㎞나 된다고 합니다. 서울~부산 거리의 100배에 이르는 길을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연어들은 어떻게 되돌아오는 것일지, 그 어떤 과학적인 설명을 들어도 신기한 마음은 줄어들지가 않습니다.


태어난 곳을 찾아가는 회귀본능은 동물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람들도 때가 되면 고향을 찾아갑니다. 장시간 길이 막혀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고향을 다녀와야 비로소 사람 도리를 한 것 같고, 마음속에 쌓인 헛헛함이 사라지며 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드니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지요.


그렇다고 고향에 대단한 것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한 해 한 해 노쇠해지시는 부모님을 대하는 아픔이 있고, 볼품이 없이 퇴락해가는 고향의 모습은 쓸쓸하고 허전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그래도 고향에는 고향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위로와 평안함이 있습니다.

중국 북경에 있는 자금성은 명나라와 청나라 때 황제들이 머물던 궁궐입니다. 면적 72만 평방미터 위에 세워진 9,999칸의 건물, 그 규모의 방대함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세계에서 가장 큰 궁궐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겠다 싶습니다. 조선의 사신이 도착하여 황제의 출입 허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데만도 반나절이 걸렸다 하니, 나라를 대표하여 일을 보기도 전 그 규모에 압도당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 정도입니다.


자객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성벽을 10미터 높이로 둘러쌓았으며 성벽 바깥으로는 폭 50미터의 도랑을 팠으면서도 황제는 암살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자객이 나무 뒤에 몸을 숨길까 싶어 태화전 앞 광장에는 아예 나무를 한 그루도 심지 않았고, 혹시 궁 아래로 굴을 파고 자객이 찾아들까 싶어 땅 밑으로도 네 겹의 벽돌을 깔았다고 합니다.


황제의 침실에는 똑같은 모양의 침대가 아홉 개가 놓여 있는데, 그 또한 자객의 습격으로부터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황제가 잠을 자지 않는 8개의 침대에도 사람 모양을 한 인형들을 눕혀놓아, 어느 침대에 황제가 누웠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가 없도록 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규모의 궁궐에 살며 금과 은으로 만든 식기에 넘치도록 산해진미를 담아 맛보며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고는 하지만 잠조차 편히 들 수 없었던 황제를 생각하면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이었을까를 돌아보게 됩니다.


연로하셨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언제 찾아간다 할지라도 이내 어릴 적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피곤한 몸과 마음을 뉘여 단잠에 들 수 있는 곳, 비록 좁고 불편하다 할지라도 오히려 행복은 그런 곳에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화려한 궁궐보다는 마음이 편한 초가삼간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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