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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 적 . . . . . . . .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3 조회수945 추천수17 반대(0) 신고
 
 
 

 

 
 
   요나서는 아주 짧은 책이다.
   전체가 4장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니네베라는 도시는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도시다.
   가로지르는데 사흘이면 72시간이다.
   한 시간에 4키로 정도 걷는다고 볼 때,
   횡단 거리가 288킬로미터나 되는 어머 어마한 대도시다.
   요나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니네베는 바빌론을 의미하고,
   요나를 니네베로 보낸 것은 유다인들에게 거슬리는 일이다.
   원수들이 사는 곳으로 요나를 보내 그들이 회개할 기회를 준 것이다.
   요나는 그 때문에라도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느님 앞에서 도망쳤다.

   하느님은 이렇게 우리가 원수로 여기는 사람들을 찾아가신다.
   그것은 상당히 기분 나쁜 처사다.
   그런데 예수님이 보여주시겠단 기적도 이 요나와 같다고 하신다.

   자주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시되
   우리가 원하는 방법이나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으로 하시지 않는다.
   우리가 원수로 여기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그를 구원해 주시고자 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벌써부터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
   원수를 참아주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죽기보다 괴로운 것이 아닌가?

   사람은 기쁨을 원한다.
   즐거움을 원한다.
   하지만 그 기쁨과 즐거움이 언제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나, 하는 일이 척척 잘 진행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때, 인간은 기쁘다.

   이렇게 얻는 기쁨도 있지만
   또 다른 기쁨은 주는 기쁨이다.
   남이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고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나 또한 기뻐하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주는 기쁨은 얻는 기쁨 못지 않다.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다.

   삼주야, 사흘 낮과 밤을 지나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곧 바로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사흘이나 지난 다음에야 부활을 이루셨다.
   이것은 큰 의미가 있다.
 
   곧 바로 부활하면 사람들이 믿질 못한다. 

   저거 장난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정한 기간이 지나야 확실히 죽은 것이라 여길 것이다.

   예수님의 사흘은 그분이 확실히 죽었음을 보여주는 기간이다.
   그리고 충분히 어둠의 시기를 견디어 냈음을 의미한다.

   그저 죽은 시늉만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참된 기쁨이 주어지지 않는다.
   적당히 죽어주는 시늉만 하기 때문에
   주고도 큰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사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죽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죽어야 한다.
   어차피 죽을 목숨 빨리 죽는 것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알아듣기 힘들지만
   예수님은 죽는 것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 예고하셨다.

   요나의 기적은 광야에서 마귀가 예수님을 유혹했던 것처럼
   높은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뛰어내려 하느님을 시험할 때 일어나지 않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밑바닥에서 일어났다.
   요나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자기 몸을 던졌을 때
   그 밑바닥에서부터
  
   비로소...
   인간의 지혜로는 이를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참된 기쁨, 더 큰 기쁨, 가슴을 꽉 채우는 기쁨은
   죽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온다. 

   확실하게 죽어야 한다.
   어정쩡하게 죽으면, 어정쩡한 기쁨이 있을 뿐이다.

   어차피 세상은 빛과 어둠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다.
   낮은 좋은 것이고 밤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하느님이 원수를 찾아가서 구원해주는 것은 우리에겐 어둠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어둠을 견디는 것이 벌써 기적적인 일이다.
   요나가 바다 속에서 살아난 것은 그 어둠을 견뎌낸 까닭이다.

   이것이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신 기적의 의미다. 

   인간이 자기의 어둠을 벗어버리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큰 기적이라는 것이다.

   원수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원수를 참아주는 것,
   어둠의 시기를 이겨내는 것이 벌써 기적같은 일이다.

   확실히 죽는 것,
   그것이 어둠을 벗어버리는 삶이다.

   왜냐하면
   어둠은 이기적인 기쁨을 원할 때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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