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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답니다....*
작성자박계용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3 조회수826 추천수15 반대(0) 신고

    따스한 햇살이 봄날 같았던  요즘.
노란 댄싱 오르킷이 나비처럼 피어나고 분홍빛 사랑초도 수줍은듯 하늘 거린다.

 담장 너머 오렌지 두개가 유난히 눈에 띄는 마당에 앉아 가끔씩 스치는 미풍에 언뜻 스치는 후리지아 향이....고요속에 넘치는 평화....바로 님의 현존임을....

   뜰 한쪽에 올망졸망 몽우리진 국화송이를 바라보며, 햇볕바른 마당에 앉아 짙은 자주빛 국화를 말리던 큰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은 매콤하기도 했던 국화향과 바삭바삭 소리내던 새끼 베개에 누워, 예쁜 꽃잎과 국화잎을 넣어 새로 바른 하얀 창호지 사이로 비치는 햇빛속에, 그 빛깔이 참으로 곱게 보였던 일.

   하늘의 별들을 쳐다 볼때마다 생각나는, 하얀 쌀밥에 김을 구워 이른 저녁을 지어주며…오늘이 견우 직녀 만나는 날이라던 언니와 별구경하다 업혀 오는것이 좋아 잠 든척 하던 어린날의 기억들이 보물상자에 가득찬 보석처럼 하나 하나 되살아나 반짝 거린다.

  자운영꽃이 가득한 논둑에서 나물 뜯으며,우렁이라도 잡을라치면 얼마나 신이 났든가....나물도 빨리빨리 잘 뜯고 고기도 남자애들보다 더 잘 잡던 선매슴애 같던 춘흥이는 집에 돌아올때면 꼭 반으로 나누어 주었는데,새 쫒던 움막에서 그이(게)잡던 그애의 대학생 오빠가 구워주던 풋콩의 맛보다, 보기조차 힘든 오빠 생각에 부러워 하기도 …..
봄이면 더 예쁜 진달래꽃 꺽는다고 산 속 깊이 깊이 들어가 누군가”문둥이 온다~” 소리치면,   금방이라도 목덜미를 잡아 당기는것 같아 죽을 힘을 다해 넘어지며    달려오던  
삼태봉.

   방학이면 다니러온 사촌들까지 온 대식구가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둘러앉아 저녁 먹고 수박 쪼개 먹은후, 깜깜한 콩밭속을 쫒아 다니던 반딧불이 손바닥에서 오몰거리던 감촉. 줄지어 쌓아논 볏가리 사이에서 메뚜기 잡던 노란 가을 들판에 겨울이 오면, 온 동네아이들 몰려와 연싸움하고 팽이치며 썰매 타는 사이로 수도없이 넘어지며 타던, 언니가 사다 준 빨간 피겨 스케이트가 선명히 떠오른다.삼태기 밑에 좁쌀가루 뿌려놓고 참새 오길 숨죽이며 기다리던, 처마끝에 고드름이 수정같이 아름답던 한 겨울. 달빛에 반짝이는 눈길로 뽀드득 소리내며 밤 마실 다니던 윷놀이. 개보름날(정월14일) 이집 저집 떼지어 밥 얻으러 다니던 그 아이들은 지금 다 어디 있을까? 소식조차 모르는 그 친구들이 아직도 내 마음엔, 벙어리 장갑 끼고 눈싸움 하던 어린아이로 남아있다.그때는 온 천지가 하얗게 눈이 많이도 왔는데…..

   햇곡식이나 과일, 혹 별미라도 만들면 잡수어 보시라고,어느 한 집 일이라도 하는날엔
“아줌니, 진지 잡스러 오시래유-“
온 동네 어른아이 모두 모여 정을 나누던 내 고향은 충청남도 공주군 탄천면 송학리 학림,또는 도람말이라 불리는 곳.

  양지 바르고 조용한 동네 한가운데 조그만 언덕 모새바탕을 지나 우리집에 들어서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장소인, 혼자 놀던 내 영혼의 성을 찾아 오늘도 길 떠난다.

   집 뒤 언덕 잔디밭에서 할미꽃도 꺽고,살이 통통 오른 삘기도 뽑아 먹어보고,
큰언니가 좋아하는 머위가 절로 자라 가득한 사랑채 꽃밭에서 냉이랑 달래도 캐던,
며칠을 숨어 익은 딸기를 찾는 기쁨과 얼마나 익었을까 하루에도 몇번씩 확인하는 포도송이, 눈을 뜨자마자 뒷마당에 달려가 밤사이 떨어져 있는 알밤을 대나무 숲에서 바구니에 주워 담는 조금은 으스스 추운 가을 아침. 주렁주렁 가득 달린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소리 요란하기도한 넓은 텃밭을 지나 산밑에 이르면, 흐르는 물이 너무 얕고 맑아 모래위에서 비늘을 반짝이던 붕어를 놓칠까봐 조바심 내던 내 어린날.

   온갖 꽃들이 피고 지는 그속에 어느새 익어버린 앵두는 다람쥐 차지이고, 첫 손자 얻으신 기념으로 아버지가 심으신 향나무들이 이젠 아름되어 가득 들어선,언제나 가고 싶은 나의 고향집. 그 향나무로 시내 옆에 정자 하나 짓고, 꽃과 벗 삼아 영원한 고향으로 가는길을 준비하며 살고 싶은 소망에, 아주 작은 집터 하나 주시라는 내게 아버진, “ 땅 많은데 아무데나 지으렴”.
 치매 앓는 엄마를 위해 고운 인형 사다주고, 같이 소꿉놀이 하며 어린아이 달래듯 거꾸로 엄마 노릇하는 ,침대에서 떨어져 팔 부러진 엄마를 병실에서 간호하며, 박사논문 교정 보아 오십 넘은 나이에 학위 받은 살림 맡은 언니에게 의논을 하라신다.

  난 컴퓨터 못해 이젠 학교에서 쫒겨 나게 생겼다더니, 올핸 유치원 원장까지 맡아 더욱 바빠졌다는 주임교수인 노처녀 사감 선생님.옛날엔  학생들이 언니 같다더니  이젠 엄마 같다 한다며 맘씨 좋은 아줌마처럼 항상 허허 웃는 모습이 조금은 푼수 같다며 우리 아이들이 전원주씨 닮았다는 언니 보호 아래,엄마는 댕기 땋는 것은 안 잊으셨는지 인형의 리본을 풀어 귀밑머리를 꼭 꼭 정성드려 땋고 계셨다.

   커다란 집 지어 방 하나씩 나눠 갖고 같이 살자던 우리 언니들.
먼 시골학교에 발령을 받아 첫 월급을 탔다고 사온 라디오 때문에 무척이나 아버지한테
혼이 났다더니, 좋은것 놔 두시고도 고무줄 묶어 몇년전 까지도 즐겨 들으시던 둘째언니가 사온 연두빛 금성 라디오.그 언니가 보내오는 소포속엔 남자옷 입고 왔다고 아이들이 놀려대어 울고 왔던 하늘색 반바지와 셔츠.남자 고무신 신고 다니던 춘흥이가 저희 엄마에게 똑 같은것 사달라고 며칠을 울어대던 빨간 접시치마.하늘하늘한 층층이 하늘빛 원피스의 예쁜 구슬을 억센 춘흥이 언니 춘화가 다 떼어가도 바보처럼 서 있기만    했
던 그 옛날.

   명절 때마다 선물을 가득 담은 가방은 길 가운데 버려두고, 담 뒤에 숨어 놀려 주려던
셋째언니.아직도 아버지가 보관 해 놓으신 언니의 초등학교 그림일기는 아버지 서재인
대청 마루에 둘러앉아 배가 아프도록 우리 모두를 눈물 흘리며 웃게한다.
비 오는날 삿갓 쓰고 나물 뜯으며 동네사람들이 흉 보겠다는 걱정, 낮잠 잔후 삼촌한테 속아 저녁무렵 학교 가는 이야기…..친구들조차 떠들썩 했다는 사랑을 주체 못하는 말띠인 셋째 딸.

   지금은 든든한 상담자이지만 어릴땐 유난히도 말다툼이 심하여 아버지가 월남에 보내야겠다시던 여섯째 언니와 막내인 우리 둘.

   식구 중에 누구 하나 아파도 쉽게 갈수 없는, 이곳에서 우리식구의 보호자인 다섯째 언니와 날 위해 쉬쉬하며, 몇달이 지나야 알수있는 고향의 소식 앞에, 참으로 갑작스런 올케언니의 위암수술과 뒤이은 큰언니의 말기암 진단이 내려진 작년 이맘때.

   항암치료에 깍은 머리가 동자승 같다던 병원수녀님의 말씀처럼, 힘들게 뭐하러 왔느냐며 잡는 손이 파르르 떨리던 애기중 같던 지난 겨울의 큰언니 모습.

  수없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투명한  햇살속에 하늘 가까운  말리부 쎄라의 집에 앉아 있노라면 한없는 평화가 밀려오고, 같이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 하고푼 언니에게
우선하면 한번 다녀 가라 전하려 했더니 두번째 수술을 하여 입원 중이란다.
혈관을 찾기 어려워 목에다 관을 심었다니 얼마나 아플까?.....
두번째라 그런지 처음보다 아프지만, 참을만 하다며 숨이 가빠 말하기도 힘 들어 하는 언니.

   내가 태어나기전 딸일까 아들일까 궁금하여 일요일마다 집에 와 보면. 아직도 엄마 배가 불러 있었다던 언니의 여고시절. 딸이라는 소리에 아궁이에 불을 때다 말고 호롱불만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더니……하나밖에 없는 아들 뒷바라지하는 엄마 대신 날 키워주고, 소풍 가는날이면 예쁜 방울을 달아 릭쿠사쿠(배낭)와 우와빠리(교복) 만들어준 계용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 언니들이 계용새라 부르던 어릴적 나의 애칭!
나 이제 한마리 작은새 되어, 언니가 만들어준것 처럼 예쁜 보따리 하나 입에 물고 언니 향해 날아 간다오. 그속엔 건강과 기쁨, 평화와 사랑 가득 담아 있으니 언니 꼭 마중 나와 받아 가야 돼.

      우리 저 바다 한가운데 중간쯤에 만나 정답게 고향집으로 날아 가야지.
사랑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다는데……….
 
    가을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처럼…아직은 우릴 사랑으로 지켜 보시는 엄마 아버지 계신 곳으로…… 기억은 없어도 언제 올꺼냐며 항상 기다리던 엄마 곁으로………
.
   아버지 한테나 가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지냈다는 언니의 예순번째 생일.
이제는 힘차게 일어나 온 집안의 큰언니인 언니를 기다리는 식구들과 옛 동무들 만나,
박씨 집안 딸들의 모임인 “버들애기” 회장인 언니가 한 턱 내는 진짜 큰 잔치 벌려야지.
신나게 노래하며 풍장도 치면서…….

  언니!
내일은 언니가 좋아하는 들국화 한아름 제대 앞에 봉헌하고 촛불 밝혀 무릎 꿇고
고향으로 날아 갈께 사랑의 길을………..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들에 서 보라
고향길 눈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잔치 흥겨우리
아~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이제는 영원한 고향 천상 하늘가에 소풍을 나왔을 ...우리 큰언니...엄마랑 아버지랑 하늘 아버지집에서 행복 하지? 그치 언니??...나또한 가 보고 싶다 사랑이 가득한 그 나라..사랑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다는데 . . ..*

                                                    Deep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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