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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27) 성인의 이름을 빌릴 자격이 있는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2 조회수478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4년1월3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 ㅡ요한1서2,29-3,6;요한1,29-34ㅡ

 

           (27) 성인의 이름을 빌릴 자격이 있는가?

                                           이순의

                                     

ㅡ제노베파 축일ㅡ

오늘은 제노베파 축일이다. 새해와 어울려 있기 때문에 쉽게 잊어버리게 될 뿐만 아니라 기억을 한다고 해도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늘은 나의 축일이기도 하다. 새해가 시작되면 언제나 나는 새해 3일 동안 내 축일을 머리  속에 두면서 하루하루를 지낸다. 비로소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내 축일에 대한 망각을 청하게 된다.

 

불란서 어느 도시의 보호의 성녀이며 전쟁 중에 주님의 양들을 구했다는 정도만 성인에 대하여 알고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굳이 성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지 않더라도 그 신앙의 삶에 대하여 우리가 가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제노베파 성녀를 나의 주보로 모신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다. 주님의 어머니 성 마리아를 제외하고 일 년 중에 가장 빠른 축일을 가진 성녀를 골랐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우며 생일과 맞물리는 경우를 선택하지만 나는 어떠한 이유도 필요 없이 그냥 가장 빨리 축일을 지낼 수 있는 성인을 고른 것이다.

 

그런데 너무 빠르다 보니 신년에 해야 할 일들과 준비들에 치여 축일을 기억 해 준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덕택에 나 혼자 내 축일을 챙기기 위해 새해 첫 날 부터 연일 사흘 동안을 내 축일을 축하하며 지낸다. 오늘은 아침부터 누군가가 나의 축일을 기억 해 주기를 바라면서 외로우신 나의 주보 제노베파 성녀께 내가 마음에 드는 자매인지 하문하는 하루가 되었다.

 

나는 성인을 닮아 누구를 보호하고 사는가?

증거의 순교를 요구 하는 현대사회에서 주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구해 주고 있는가?

 

하루 종일 머리에는 성인의 생각뿐인데 나는 가야 할 데가 많았다. 은행에 가서 내일 지방으로 떠나실 짝꿍의 여비를 찾고, 거리에서 아들을 만나고, 백화점에 들려 책을 사려다가 없어서 못 사고, 아들을 집으로 먼저 보내고 돌아가서, 광우병 파동이 심하다고 하니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버거는 못 사고, 치킨버거와 새우버거를 샀다, 버스를 타려는데 알듯 말듯 한 남녀 한 쌍이 같은 버스를 타고, 버스 속에서 내내 남녀 생각만 하다가 성당 앞에서 내리는 걸 보고 중고등부 선생님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인사를 안 한 게 못내 미안하다가, 저분들도 내가 알듯 말듯 했나 보다고 위로를 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아뿔사! 오늘은 내 축일! 다시 성인을 떠올리며 "내가 성인의 이름을 빌릴 자격이 있는가?" 라는 화두로 돌아 왔다. 그런데 하루를 결단 없이 넘기고 났더니 좌절감만 엄습하여 내 자신이 신앙의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정말 싫어 졌다. 그렇다면 희망이 없는 건가? 언감생심 성인이 되는 길이 아니라 성인의 이름을 빌리는 희망이 전혀 없는 건가? 말이다.

 

좌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신학자들께서 들으시면 나를 이단으로 구분지어서 격리수용(?)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주님을 배반해야만 하는 몫을 타고난 유다  조차도 주님의 구원사업에 할일을 하여야만 했던(마태26,50) 인물로 보기 때문에, 주님을 배신 할 마음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분명히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몫이 유다보다는 나을 거라고 믿는다. 주님은 사랑이시며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성인의 삶을 얻는다는 것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해 주시는 소명만큼의 가능성일 것이다. 성인들이 성인들 스스로 성인의 품위를 꿈꾸며 이룬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라 이끄시는 대로 사는 길이 성인이 되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이었지 않았겠는가?! 수 없이 많은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를 따라 살고 있지만 그리스도인 모두가 성인의 품위에 올라앉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범을 상실하지 않는 믿음의 신앙을 원하고 있다.

 

일상 안에서 하루를 지탱하지 못하고 외람되이 성인을 생각했다가 망각했다가를 반복하면서, 내가 성인의 길을 가는 것은 바로 이 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오늘 하루의 성인의 날을 보내신 제노베파 성인께 봉헌 하고자 한다. 그리스도인임을 순간에 망각 할 지라도 곧 바로 내 자아를 신앙의 상태로 회복시키면서 성인을 모범 삼아 성인과 동반의 삶을 닮아 살아가는 것!

 † 당신의 이름에 부끄러운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제노베파 성녀시여!!!

○축일 축하 합니다. 제노베파씨들~!

 

ㅡ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우리가 장차 어떻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때에는 그리스도의 참모습을 뵙겠기 때문입니다. 요한1서3,2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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