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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9일 야곱의 우물- 마태 3, 1-12/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9 조회수441 추천수4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 무렵에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유다 광야에서 이렇게 선포하였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사야는 이렇게 말하였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요한은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 그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르단 부근 지방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요한은 많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그리고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버리실 것이다.”
(마태 3,1-­12)
 
정 세라피아 수녀(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만약 오늘 예수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신다면 어떻게 할까요? 선약이 있으니 오늘은 안 된다고 할까요? 집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를 할까요, 아니면 성경책을 펴놓고 읽고 있을까요? 잔잔한 음악을 틀고 은은한 차를 대접할까요, 식사를 대접할까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불러 함께 만날까요, 아니면 혼자 조용히 만날까요? 아니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으니 준비되었을 때 연락드리겠다고 할까요?
 
대림초에 두 개의 불이 켜졌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3,2)고 외칩니다. 주님은 이천 년 전에 이미 오셨고, 앞으로 또 오실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성 치릴로 주교는 「예비자 교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첫 번째로 오실 때 그분은 강보에 싸여 구유 위에 누워 계셨고 두 번째 오실 때에는 빛을 겉옷 삼아 입으실 것입니다. 첫 번째로 오실 때에는 십자가를 지고 치욕을 당하셨고 두 번째로 오실 때에는 천사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영광 속에 오실 것입니다. …`두 번째로 오실 때에는 다시 재판받으러 오시지 않고 당신을 재판정에 불렀던 이들을 심판정으로 부르러 오실 것입니다.”
 
회개하라고 외치는 요한은 누구입니까? 혈육으로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이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요,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난 친척이며 품성으로 말하자면 굳센 정신의 소유자(루카 1,80)입니다. 광야에서 낙타 털로 된 옷에다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으며(마태 3,4)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자주 단식한(루카 7,33) 엄격한 수행자였습니다. 세례를 받으러 오는 이들에게 일일이 회개할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바리사이와 사두가이한테는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혼쭐내는 걸 보면 ‘예’와 ‘아니요’가 분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3,11ㄴㄷ)고 하고,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러 예수께로 몰려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신부를 차지하는 이는 신랑이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요한 3,29)고 한 겸손한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생각할 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요한 1,20),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라며 자신의 소명과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이 작은 나라를 여기저기 조각내며 쉴 새 없이 길을 닦는데도 지난 추석 때 교통 체증은 사상 최고였다고 합니다. ‘천국 도로공사’는 교만의 산은 깎고 열등의 골짜기는 메우고 굽은 길을 곧게 만드는 내면의 길을 닦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더 근본적인 이 길을 준비하고 닦는 천국 도로공사 직원이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3,3) 장자는 “토끼를 잡는 덫의 목적은 토끼를 잡는 데 있으며 토끼들이 잡히면 그 덫은 잊혀진다. 말의 목적은 생각을 전하는 데 있다. 그 생각이 전해지고 이해되면 그 말은 잊혀진다.”고 했고,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요한은 지나가는 소리였지만 주님은 태초부터 계시는 영원한 말씀이셨습니다. 말을 제거한다면 소리는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소리가 의미를 전달하지 않을 때 그것은 빈 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말과 소리는 구별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한을 보고 그리스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리를 말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소리는 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이 소리라는 것을 감추지 않았습니다.”고 설교했습니다.
예수님이라는 달을 가리킨 손가락인 세례자 요한은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는 말대로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사라졌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세례를 받고 싶은 예비신자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하느님을 모르고 살아온 동안 지은 많은 죄를 빨리 용서받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면 그동안의 모든 죄와 허물이 다 사해진다고 했더니 어떻게 그 모든 죄가 쉽게 용서될 수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전율했습니다. 그는 세례성사 받을 날을 기다리며 매일 성경을 읽고 성모당을 순례하였습니다. 이마에 물만 붓는다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에게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마태 7,21)는 말과 같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루카 3,8)를 맺을 것을 촉구합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며, 세리들은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고, 군사들은 남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합니다(루카 3,10-­14 참조). 구원의 문은 좁습니다. 불로소득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꾸지 말아야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내 발등에 떨어진 일 말고 멀리 있는 이웃들, 사회적 문제, 인간성과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한 시대의 징표에 무지함을 일깨워야 합니다. 무지함이 구세주를 십자가에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라자로에 대한 부자의 죄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우리도 무관심으로 인한 죄를 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나 혼자 길의 휴지를 줍는다고 효과가 드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몫만큼 하면 나머지는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이기에 한 사람의 몫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퍼즐 한 조각에 비길 수 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 그 조각들이 모여 하늘나라 퍼즐이 완성될 것입니다. 남의 자리를 기웃거리지 말고 내 몫에 충실하고, 소리가 사라지듯 그렇게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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