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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일 강론/조재형가브리엘 신부님
작성자신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8 조회수628 추천수5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일 강론
조재형가브리엘 시흥5동성당 주임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예전에 ‘신문고’라는 것을 만들었고, 임금님께 직접 전해지는 ‘상소’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저도 지금부터 13년 전에 많이 억울한 것은 아니지만 속이 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교님께서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보통 주교님께서 부르시는 경우는 2가지입니다. 격려와 칭찬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일을 맡기실 때입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첫 번째와는 반대되는 경우입니다. 한번은 저를 격려하시고 새로운 일을 맡기시려고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후에 또 부르셨는데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부르셨습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는지 저의 생활을 너무 잘 아시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참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정말 억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도 경찰에 조사를 받고 심지어 감옥에까지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중에 무죄가 밝혀져도 이미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직장도 잃어버리고 누군가에게 보상을 받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택시기사는 술에 취한 승객을 모셔다 드리다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죄를 뒤집어써서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분신을 시도했고 온 몸이 화상으로 망가지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지만 찢어진 마음, 망가진 몸은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념의 대립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권위와 폭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세대 전만해도 이념의 굴레아래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 못했으며, 자유를 이야기하다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이름아래 노동자와 농민들의 권리가 침해되기도 했습니다. 민주를 위해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선 학생들은 전과자가 되어야 했고 군에서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억울한 일을 당한 적도 있고, 더러는 불쌍한 사람, 착한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적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대림 제 2주일을 인권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억압과 압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대림 제 2주일에 특별히 압제와 폭력 속에 탄압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관심을 기울이도록 권고합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모든 이가 평화로운 희망의 세상, 자유로운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그 세상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정의가 그의 허리를 두르는 띠가 되고, 신의가 그의 몸을 두르는 띠가 되리라.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 이사이의 뿌리가 민족들의 깃발로 세워져, 겨레들이 그에게 찾아들고, 그의 거처는 영광스럽게 되리라.”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평화와 자비가 넘치는 세상, 억울한 이, 억압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은 메시아가 오실 때 이루어지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도 바로 그런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런 세상에서 살기위해서는 먼저 우리들의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님의 세상, 희망의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우리들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의 제 2독서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성경에 미리 기록된 것은 우리를 가르치려고 기록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에서 인내를 배우고 위로를 받아 희망을 간직하게 됩니다. 인내와 위로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님의 뜻에 따라 서로 뜻을 같이하게 하시어, 한마음 한목소리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기를 빕니다.”

교우 여러분!
언젠가 한 도공의 이야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도공은 자신이 정성을 기울여 만든 도자기를 가마에서 구워낸 다음 이리저리 도자기를 둘러보고 어딘가 흠이 있고, 허물이 있을 때면 가차 없이 그 도자기를 깨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깝고 그래도 쓸 만한 도자기인데 그 도공은 자신의 혼이 깃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조그마한 흠이 있다는 이유로 그만 그 도자기를 깨어버립니다.

비록 지금 보면 아깝고 손해 보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런 깨어짐 속에 그 도공은 뛰어난 명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장차 우리에게 이루어질 그 약속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허물과 우리 자신이 지니고 있는 그릇된 삶의 방식들을 깨어버리는 아픔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성탄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이 깨버려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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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기억이 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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