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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먼 사람 둘이 따라 오면서'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7 조회수634 추천수7 반대(0) 신고

눈먼 사람 둘이 따라 오면서

 -유 광수신부-


예수님께서 그 곳을 떠나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자 그 눈먼 이들이 그분께 다가갔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라 가는 사람이 눈먼 사람이다. 어떻게 눈먼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갈 수 있을까? 눈먼 사람이라면 자기 혼자 가는 것도 어려울 텐데 예수님을 따라가다니? 그것도 어떻게 예수님이신 지를 알 수 있었고 또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가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외칠 수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오늘 복음은 단순히 눈먼 이가 예수님을 따라갔다는 것을 전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복음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는가?

눈먼 이란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늘 어둠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따라가기는 따라가는데 아무것도 보지도 못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는 사람이다. 결국 눈먼 사람이란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늘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볼 수 있는 시력이요, 또 하나는 빛이다. 빛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또 빛이 있다 하더라도 시력이 없으면 볼 수 없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가려면 예수님을 잘 알아야 한다. 믿음은 발전하는 것이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십 년 전 믿음이나 십 년  후의 믿음이나 아무 변화 없이 똑같은 믿음이라면 눈먼 이의 믿음이다.

 

눈먼 이가 예수님께서 자기들의 눈을 뜨게 할 수 있으리라고 따라 간 것도 믿음이며, 그 믿음만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예수님이 집 안으로 들어 가시자 집 안에까지 따라 간 것은 일보 발전된 믿음이요, "너희는 믿느냐?"라고 예수님께서 물으셨을 때 "예, 주님!"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하고 말씀하시자 그들의 눈이 열린 것은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것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한 믿음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믿음은 단계적으로 발전한 믿음이요, 예수님은 이들의 믿음이 성숙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믿음이 답습상태에 머물지 말고 예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가면서 단계적으로 발전되고 마침내 눈을 뜰 수 있는 믿음이어야 한다. 그러면 언제 우리의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있는가? "생명의 샘이 진정 당신께 있고 우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시편 3510)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당신 빛으로 빛을" 볼 수 있을 때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가? 만일 우리가 무엇을 볼 때 단순히 우리의 생각으로만 본다면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없다. 단지 육안으로 보는 것을 본다고 한다면 믿음이 없는 이들도 다 본다. 어쩌면 시력이 우리보다 더 좋은 사람은 더 잘 볼 것이다. 믿음이 없는 이들이 보는 것을 우리도 똑같이 본다면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의 눈이 뜨였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육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볼 때이다. 즉 복음의 빛으로 다시 볼 때 비로소 눈이 뜨인 것이다. 복음으로 눈이 뜨지 않으면 우리는 보고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듣고 들어도 듣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눈이 열려지려면 무엇보다 예수님을 보고 싶은 열망 즉 눈먼 두 사람처럼 예수님을 따라가면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열망이 우리에게 있어야 하고 그런 열망을 보시고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시는 예수님의 은총이 필요하다. 그 열망이란 막연한 열망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즉 복음을 읽고 묵상해야 한다.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을 성령의 도움으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면서 복음을 읽고 묵상해야 한다. 그래서 복음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은 마음으로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자연과 역사 속에서 역사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고 복음의 관점에서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의 영적인 눈이 열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으면서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러면서도 눈을 뜨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도 없이 그저 왔다 갔다 하는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있다. 신앙생활은 빛이신 예수님을 통해 눈을 뜨고 더 이상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걷는 사람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잘 모르면서도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큰 은총이지만 예수님을 통해서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더 큰 은총이다. 그러나 이런 은총은 청하는 이만이 받는다. 예수님을 잘 모르면서도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은총을 받았다면 우리의 노력으로 더욱 예수님께 가깝게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서 예수님을 더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은총은 가만히 있는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보라, 눈먼 이들이 얼마나 예수님께 다가 갈려고 노력하였는가! 이들은 예수님을 따라가면서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외쳤고, 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자 눈먼 이들도 집안에까지 쫓아가면서 그분께 다가갔다. 그리고 예수님의 질문에 "예, 주님!"하고 확신을 갖고 대답했으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가서 예수님께 관한 이야기를 그 지방에 두루 퍼뜨렸다."

 

내가 눈먼 이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보고 싶은 간절한 그리고 적극적인 열망과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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