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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6일 대림 제1주간 목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6 조회수888 추천수14 반대(0) 신고
 

12월 6일 대림 제1주간 목요일 -  마태오 7,21.24-27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산사에 떨어지는 풍경소리>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조과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나쁜 짓 하지 말고 선행을 하여라.”


   “그런 것쯤이야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말입니다.”


   이에 조과 선사가 말했습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백 살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어찌 그리도 가슴을 콕콕 찌르는지, 아파서 혼났습니다.


   잘 꾸며져 그럴듯하지만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는 말,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실속이 전혀 없는 말, 달콤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말을 엄청 던져온 제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강의라도 하러 가면 너무나도 ‘웃기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루에 묵주기도 기본으로 100단씩 바치는 묵주기도의 달인들 앞에서 겨우 기껏해야 하루 5단 정도 바치는(그것도 가끔씩 빼먹는) 제가 묵주기도의 가치, 중요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면서 보다 자주 바칠 것을 강조합니다.


   일주일 내내 봉사에 전념하는 분들, 갖은 굳은 일을 마다않는 봉사의 전문가들 앞에서 봉사란 이래야 한다느니, 봉사란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제 모습이 한심스럽습니다.


   예수님을 본받아 겸손하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입에 거품 물고 외치지만 정작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숨을 걸지요.


   엄청 속보입니다.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하느님 앞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바람직한 신앙생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의 핵심은 ‘조화 있는’ 신심인 듯합니다. 영혼과 육신의 조화, 머리와 가습의 조화, 생각과 행동의 조화, 기도와 삶의 조화, 몸과 마음의 조화가 이루어져 합니다. 이 둘을 가급적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외쳐댔던 많은 공허한 말들이 허탈한 메아리가 되어 제 주변을 맴돌아 자책하게 만듭니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대로 참된 신앙생활은 말에 그치지 않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은 감정적인 것, 환상적인 것만을 추구하지 않음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열심히 내 집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또 다른 집 하나 장만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란 토대 위에, 그분의 말씀이란 기초 위에, 그분께 대한 전적인 신뢰란 바탕 위에 지어지는 견고한 영혼의 집을 짓기 바랍니다.


   많은 말보다는 깊이 있는 침묵과 더불어.

 

   “땡그랑떙그랑 하며 적막한 산사에 떨어지는 풍경소리를 들어보셨습니까? 풍경소리는 단 한 음절의 소리밖에 낼 줄 모릅니다. 단순한 쇳소리에 불과한 그 소리가 어째서 온갖 잡념과 고뇌를 밀어내고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는 영혼의 소리로 화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풍경소리가 정적(靜寂)의 침묵 속에 탄생하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온갖 소음 속에서 울린다면 그것도 하나의 잡음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도 마찬가집니다. 온갖 수식으로 꾸민 화려한 언어는 찰라에 끝납니다. 하지만 침묵의 절절에서 탄생된 언어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오랜 세월 마음속에 머물며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하는 풍경소리를 냅니다.”(‘풍경소리’ 샘터 참조)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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